◇24일 북한 군인들이 개성으로 들어가는 북측 군사분계선 내 톨게이트 공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현대아산이 개성공단 초대이사장으로 김고중(63)현대아산 비상근 특별보좌역을 돌연 내정한데 대해 한국토지공사가 강하게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지난 10∼15일 금강산관광 5주년 기념식을 위해 김윤규 사장 등이 방북했을 때 삼천리총회사와 김고중씨를 개성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최근 이를 알려왔다는 것.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대아산은 공동사업자인 토공에는 관련내용을 일체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공 관계자는 “작년 12월 토공과 현대아산이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공동으로 개성공단의 공장용지 800만평을 개발한다는데 합의한 바 있다”고 전제하고,“현대가 이렇게 한다고 (김고중씨가 초대 이사장으로) 되겠느냐”고 강한 불쾌감을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황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혀, 현대아산에 추후 대처할 뜻을 비쳤다.
통일부도 현대아산의 이러한 돌발적인 행동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관리기관의 이사장 결정권은 사실상 북 당국이 갖고있으며 삼천리 총회사는 형식상 민간기구에 불과하다”며 “현대아산과 삼천리총회사의 합의를 일종의 참고사항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작년 11월 북한이 개성공업지구 지정법에 ’공업지구 관리기관’ 설치를 명문화하면서 책임자인 이사장의 권한을 사업 전반에 대한 지도및 조직 관리로명시하자, 이사장을 지명하겠다는 뜻을 비쳐 토공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현대아산이 이처럼 이사장 선임에 집착하는 것은 개성공단 개발사업이 금년 말기본설계를 마치고 내년부터 개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도권을 잡기위한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800만평, 배후지 1천200만평 등 총 2천만평에 대한총괄적인 사업권을 갖고 있지만, 자금 여력이 없어 1단계사업 100만평에 대한 자금조달.설계.감리.분양업무 등의 실질적인 사업권을 토공에 넘긴 상태다.

또 현대아산이 수년내에 자금여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2단계 800만평의 공단조성사업도 토공에 이니셔티브를 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없는 상황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현대아산은 내년 상반기 1단계 100만평내에 1만평의 시범단지를 건설하겠다는토공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시범단지 조성(1만평)을 추진, 북측 조선아태평화위와 합의까지 마쳐 이미 토공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태다.

현대아산의 이런 행보는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그룹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개발이 본격화돼 국내외 기업의 입주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현대그룹의 기업 신인도 회복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토공을 압박하려는 차원에서 별도의 시범단지 조성, 초대 이사장 내정 등의 잇단 강수를 내놓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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