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남북경협에 대한 '절박한'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5일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경제협력추진위(경협위) 7차회담에서 북측 관계자들은 공식 회담, 비공식 접촉을 가리지 않고 남북 경협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면서 남측 정부가 호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최영건 경협위 북측 위원장은 6일 전체회의에서 내년 상반기 개성공단 공사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하는 등 남북경협에 '드라이브'를 걸도록 촉구했다.

김령성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도 5일 환영만찬에서 "현재 남북경협은 폭과 규모에 있어서도 응당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진척속도도 더디다"고 말해 '더딘 경협'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문서교환 방식으로 진행되는 임진강 수해방지 및 해운협력 등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서도 북측은 사업 진척에 강한 의지를 표시했다.

또 새롭게 제기된 청산결제 문제를 위한 경협제도 분과위, 원산지 확인 문제를 협의할 실무협의회 등 추후 회담 일정을 잡는데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북측은 물밑으로 가라 앉아있던 남북간 전력협력 문제도 꺼냈다. 북측은 희망하는 전력 지원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전력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여러 방안을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운을 떼면서 남측의 반응을 탐색했다.

북측의 적극적인 자세는 남북경협만이 돌파구라는데 북한 지도부에서 전반적인 공감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남측은 핵문제 해결을 선결과제로 내세웠다. 핵문제 해결없이 남북경협을 진전시킬 수 없다는 국내 여론을 북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림 경협위 남측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전체회의서 2차례에 걸쳐 "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어야 남북경협 사업에 남쪽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명균 남측 대변인은 "북측은 핵문제는 미국과 해결할 문제라는 통상적인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며 "과거처럼 반박이 아니라 기본 입장을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의 더딘 사업진행에 대한 아쉬움은 회담장 밖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회담에 참석한 북측 관계자는 회담 첫날인 5일 만찬석상에서 남측 대표단 일행에게 "현대아산이 2003년 공단 완공을 약속한 상황에서 토지 공사가 개입했다는 이유로 2007년 이후로 입주 시점을 늦춘 것은 경협의지가 약해진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측 관계자는 "빨리 시작한 것보다 사업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측의 요구 만큼 속도를 높이기는 어렵다는 점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토지공사가 관련 규정을 지켜가며 착실히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진척이 더디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북측이 군부의 반대를 설득해가면서 개성공단 조성에 나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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