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남북정상회담 합의는 남북 특사간 세 번째 만남에서, 첫 만남에서 합의까지는 3주 만에 초스피드로 이루어졌다. 우리쪽 특사인 박지원(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3월17일 상하이, 22일과 4월8일 베이징 등 세 번 중국에 갔고, 방북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17일 상하이에서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첫 접촉을 가졌다. 그는 “베를린선언(3월9일) 직후인 15일 김대중 대통령이 나를 관저로 불러 특사를 맡겼다”며 “문화부장관이라 적임자가 아니라고 말했으나 통일부장관이 하면 노출 우려가 있다며 내게 맡겼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통일전문가도 아닌 박 장관에게 이번 일을 맡긴 것은 ‘보안’ 문제와 함께 북한의 신뢰 문제도 작용했다. 박준영(박준영) 청와대 대변인도 “북한도 최고지도자가 신뢰하는 사람을 요청해 박 장관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장관은 베이징에 갈 때마다 “지방에 내려간다”고 언론의 시선을 따돌렸다.

박 장관의 접촉 전인 2월 중순부터 국정원 등 우리 관계부처 실무팀 3~4명과 북한의 아태평화위, 조평통 등 관계자들이 접촉했다. 협상 과정에서 우리 실무팀에서 간혹 세게 밀어붙이면 북한이 반발해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3월6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국정원이 대화에 끼어들려고 한다. 코를 디밀지 마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 성사과정에서 금강산국제그룹의 박보희 회장 등이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있으나, 황원탁(황원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번에 비공식채널은 없었고, 모두 당국간 대화를 통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22일(두 번째 특사 접촉) 우리쪽 입장을 최종 통보했다”고 말했는데, 그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북측은 총선을 앞두고 우리가 서두를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은 감을 받았지만, 우리는 어떤 경우든 남북문제를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김 대통령의 철학을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박준영(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3월22일 우리 입장을 최종 통보한 후 5~6월은 되어야 북한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이런 이유로 김 대통령은 각종 회견을 통해 올 연말쯤 정상회담 가능성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7일 “남측에서 하자는대로 하겠으니 8일 베이징에서 회담을 갖자고 제의해와 갑작스럽게 회담이 이뤄진 것”이라고 박 장관은 설명했다. 박 장관은 8일 오후 4시 베이징 차이나월드 호텔에서 송 부위원장을 만나 3시간25분 만에 합의서에 서명했다. 박 장관은 합의서에 남북기본합의서는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합의서에 모든 것을 다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며, 대화 과정에서 그것도 충분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식목일을 비롯, 휴일이면 거의 매일 청와대에 모습을 나타냈고, 7일 이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과 임동원(임동원) 국정원장실은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박지원· 송호경 협상 일지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