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30일 평양을 방문중인 중국의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회담에서 중국방문 초청을 수락함에 따라 국제 관측통들은 지난 2001년 1월 김 위원장의 비공식 중국 방문 당시를 상기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북한이 그동안 접점을 찾지 못했던 ‘체제안전보장’과 관련해 미국이 제시한 방안에 관심을 표시하면서 제2차 6자회담 개최 전망이 밝아지는등 모처럼 북한의 전향적인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00년 6월의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전격적인 중국 방문이라는 연쇄적 행보를 과시한 것과 유사점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벌써부터 중국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과감하게 받아들인 ‘중국 방문 카드’를통해 모종의 돌파구를 열려는 것이 아닌가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상하이의 외교소식통들은 다시한번 ‘천지개벽’ 행보가 재현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1년 1월15일부터 20일까지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2000년 5월말에도 중국을 방문했던 김 위원장의 행보는 당시로서는 세계적인 뉴스거리였다.

그는 김영춘 북한군 총참모장과 연형묵 국방위위원 등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들을 대거 거느리고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방문 일정 가운데 장 주석과의 면담 등 ‘정해진 수순’에 따른 일정보다는중국 변화의 상징, 상하이에서 그가 보인 ‘파격적인 행보’가 단연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했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수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김위원장을 기다렸지만 확실한 모습을 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대신 상하이의 정보통신(IT)산업시설 등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발전상을 체감한 김 위원장이 “세계가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하이는 천지개벽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상하이는 한순간에 ‘천지개벽’의 도시로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말하자면 모종의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는듯한 이 즈음에 중국을 방문하게 되는 김 위원장의 선택에 ‘또다른 천지개벽’의 기대감이 무르익는 분위기이다.

상하이의 한 외교소식통은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더이상 개혁.
개방의 길을 외면하기에는 어려운 지경”이라면서 “다시한번 중국방문을 계기로 북한이 과감한 변화의 길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상하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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