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조지 W 부시(Bush) 미 대통령이 제안한 북한에 대한 다자 틀 내에서의 서면 안전보장 방안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며 수용 의사를 밝히고 미국도 이를 환영함에 따라,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차기 6자회담 전망도 밝아진 편이다.

◆반기는 미국

미국은 북한의 성명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북핵문제의 다자(多者) 해결 노선이 성사될 가능성을 비쳤다는 점에서 반기는 표정이 역력하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의 성명을 대부분 중대한 변화로 받아들였으며, “미·북간 대치의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뉴욕타임스), “긴장을 완화시킬 대화전망을 밝게 한다”(워싱턴포스트)고 평가했다.

부시 행정부는 특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북한은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알아 보겠다고 밝혀, 향후 미·북간 접촉 수준이 주목된다.

다만 미 국무부는 뉴욕채널은 통상적인 양국간 연락 업무만을 위한 것이며, 협상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기 때문에 양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북핵 문제를 둘러싼 실질적인 대화를 할 가능성은 적다.

부시 행정부는 또 북한이 다자 안전보장의 구체적인 내용은 사전에 알 수 있겠지만, 북한이 전면 사찰을 수용하고 핵무기를 해체하며, 기존의 핵물질들을 외국으로 반출할 때까지는 그 보장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같은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동시행동원칙을 주장하는 북한의 태도와는 편차가 있다.

부시 행정부는 하지만 6자회담을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한 장(場)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문제는 백악관이 관장하는 외교정책 분야로 부시 대통령이 확고한 견해를 갖고 행정부의 대북정책 진행방향을 직접 관장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4일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커트 웰든(Weldon) 하원 의원의 지난 6월에 이은 다음주 2차 방북을 계기로 “하나의 대북 채널이 열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북한의 수용 배경과 전망

위성락(魏聖洛) 외교부 북미국장은 “북한의 최우선 관심사가 미국으로부터의 불가침(不可侵), 즉 안전보장 문제였는데 최근 미국 최고 정책결정자의 입에서 긍정적 표현이 나왔고 지난 20일 한·미 정상간 문서에서 공식화됐기 때문에 ‘이제 미국과 만나 안전보장 문제를 얘기해볼 수 있는 만큼은 됐다’고 인식한 것 같다”고 북한의 수용 배경을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불가침조약 체결을 주장해왔지만, 한·미는 물론 오랜 동맹인 중국·러시아마저 이에 호응하지 않아 국제적인 대북 압박구도가 형성되자 ‘미국안의 수용’이라는 현실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핵 문제를 본격 논의하게 될 2차 6자회담에는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북한은 25일 미국안을 수용하면서도 ‘동시행동 원칙에 기초한 일괄타결안을 실현하는 데 긍정적 작용을 하는 것이라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변수가 남아 있다.

북한은 핵개발 계획 폐기와 안전보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북한이 핵폐기에 진전을 보여야만 안전보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동시행동 원칙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만을 받아내겠다는 뜻이 아니고 북한이 핵포기 선언에서 미·북 관계 정상화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주고받기식’으로 모든 것을 얻어내겠다는 것”이라며 당장 가시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權景福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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