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간의 `思父曲' 주인공인 베트남 거주 북한여성 리영희씨가 24일 오전 3살때 헤어진 사촌오빠로부터 국제전화를 받고 있다./연합
"그동안 존재를 몰랐던 누나지만 만날 수 있다면 생전의 아버지 얘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국경을 넘은 31년 사랑의 드라마 끝에 지난해 12월 베트남인과 결혼해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리영희(55)씨의 이복동생이 경기도 하남에 살고 있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그러나 리씨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아버지 호진(1922년생)씨는 11년전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호진씨가 남쪽에서 새 가정을 꾸려 낳은 장남이자 영희씨의 이복동생인 이완일(李完日.48.하남시 덕풍2동)씨는 고종매형(고모의 사위)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영희씨의 사연을 접한후 연합뉴스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완일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북한의 가족들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면서 "늘 누님이 있었으면 했는데 정말 기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저녁 영희씨와 전화통화한 완일씨는 "누님(영희씨)은 아버님의 별세소식을 듣고 우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며 "피를 나눈 혈육이고 남다른 인생역정을 걸어온 누님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완일씨에 따르면 아버지 호진씨는 월남이후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와 평생 토목건축업(신일토건㈜ 이사)에 종사하다 1982년 7월 하남 집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완일씨는 "어버님은 젊으셨을 때 건강이 좋지 않으셨던 큰 아버님들을 돌보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고 회고했다.

호진씨는 북한 흥남공대 출신으로 철도국에 근무하다 6.25가 발발하자마자 인민군에 징집됐으며 유엔군이 북진할 무렵 심한 열병으로 의가사제대한 뒤 흥남 유정동 집에 머물다 세형(권진, 욱진, 영진씨)과 함께 월남 수송선을 탔다고 영희씨는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진씨의 세 형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호진씨와 사이에 3남1녀를 둔 어머니 유영옥(74)씨는 아들 완일씨에게 '평소 남편으로부터 영희를 비롯한 북한의 가족 얘기를 들었다'며 기뻐했다고 완일씨가 전했다.

완일씨는 "누님이 오시면 아버님 묘소가 있는 양평군 서종면 서종리 전농교회 묘역을 함께 찾고 싶다"며 "누님이 당장 오기 어렵다면 먼저 베트남을 방문해 누님과 매형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영희씨는 1971년 기술연수차 북한에 온 팜응옥카잉(당시 23세)씨와 흥남비료공장에서 처음 만난후 편지로만 사랑을 확인하다 지난해 5월 북한을 방문한 천득렁 베트남주석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들여 결혼에 성공한 순애보의 주인공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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