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의 만남은 세계 유일의 ‘냉전지대’인 한반도의 탈냉전화(탈냉전화)를 위한 변화의 서곡이자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 같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이는 남북한에 각각 별도의 정부가 수립된 지 52년 만에 처음 이뤄지는 정상의 만남이란 점에서 그 자체가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합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4년 6월, 김영삼(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김일성(김일성) 주석 간에 합의했다가 김 주석의 급서(급서)로 무산됐다.

이후 만 6년간 남북관계의 큰 기조는 과거 냉전시대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첫 정상회담이 다시 합의된 것이다.

이에 따라 회담 성사는 김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대북정책에 대해 다시금 국내외적 공인(공인)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 역시 회담에 응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발판과 함께 절박한 한계상황에 이른 북한 내 경제난 해소를 위한 새로운 처방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회담에서 다뤄질 의제는 크게 서너 가지 방향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의 목표와 방향은 3월 9일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선언’에 집약돼 있다.

한반도 냉전시대의 완전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이루겠다는 것이 제1의 목표이다. 김 대통령은 이를 위해서는 북한도 대남 무력도발 및 핵개발,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 한반도 안보의 위협수단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전제조건이 성립될 때 남한은 북한에 상응하는 ‘대가’를 줄 수 있다는 것. 북한체제의 안전보장, 개혁·개방을 통한 북한의 국제사회로의 연착륙 협력, 사회간접자본 시설 확충, 남북경협을 통한 지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포괄적인 문제가 모두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72년의 7·4 남북공동성명과 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문서화된 ‘남북간 화해·협력시대를 위한 재합의’를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 실현 문제, 우편물 교환, 대화창구 공식화 문제 등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앞날을 ‘장밋빛’으로만 전망하는 건 금물이다. 장애물과 암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 4강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도 변수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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