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로버트 스칼라피노(Scalapino) 버클리대 명예교수와 스테이플튼 로이(Roy) 전(前) 주중대사(1991~1995년)는 13일 “한·미 관계는 기본적으로 튼튼하지만, 양국은 정부·민간 차원의 다양한 접촉으로 계속 이해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 전 대사는 국무부 정보조사 담당 차관보(1999~2000)도 지냈다. 이들은 아시아 재단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다음은 본지와의 인터뷰 요약.

―북핵 문제 해결을 둘러싼 이견(異見)과 한국 내 반미(反美) 감정 등 한·미 양국 관계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스칼라피노 교수

▲스칼라피노 =무역 자유화와 보호주의 본능 등 세계화의 쟁점들을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양국 관계에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미 관계는 근본적으로 매우 튼튼하고, 양국 지도자들은 동북아의 번영과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미국 내에서 반한(反韓) 감정은 미미하다. 많은 미국인은 동북아라는 큰 그림의 맥락에서 한·미 관계를 보기 때문이다.

또 한국 정치인들은 어떤 대미(對美) 시각을 갖고 있든지 간에 일단 직책을 맡으면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노 대통령이 가장 좋은 예다.


◇로이 전 주중 美대사

▲로이 =북한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 어느 나라도 성공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양국 간에 의견차가 있는 게 당연하다.

한국 내 반미 감정에는 두 여중생의 사망 사건과 같이 특정 사례가 개입된 경우도 있지만, 정책에 대한 오해가 촉발한 경우도 있다. 미국이 한국민 및 한국 정부와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조절해 개선할 수 있는 분야다.

또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겪는 문제에 대처하려고 현재 새로운 스타일의 지도력을 표출하는 데 대한 이해가 미국 밖에서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양국간 오해를 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스칼라피노 =젊은 세대가 서로 교류하고 토론해서 견해의 차이와 유사성, 도전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과 같은 전세계적 초강대국은 중간 규모의 국가들에게는 그 존재가 매우 부각되기 마련이고, 이는 평등이나 주권 독립과 같은 민족주의적 차원으로 연결된다. 이런 문제들을 모두 내놓고 토론해야 한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派兵)을 둘러싸고 한국 정부가 고려해야 할 점들은?

▲스칼라피노 =모든 정부는 당연히 자국의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북핵 위기 해결에 진전이 있다면 파병이 보다 쉬울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로이 =한국민과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한국의 파병 결정은 부시 행정부에 ‘좋은 우방의 행동’으로 간주돼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은 분명하다.

한국군은 잘 훈련돼 있어 미국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입장에선 파병을 북핵 위기 해소와 같은 다른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부시 행정부에 틀림없이 어려움을 줄 것이다. 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의 결과가 무엇일지도 생각해야 한다.

―북한 핵위기 해소를 위한 6자 회담의 전망은 어떠한가?

▲스칼라피노 =너무 많은 변수가 있어 분명한 예측은 어렵다. 그러나 북한엔 미국의 불가침 약속, 경제협력, 아시아개발은행 등과 같은 국제기구로의 접근 등이 주요 관심사이고, 미국엔 무엇보다 핵사찰과 북한의 핵개발 포기 약속이 중요하다.

미국은 관련된 각국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공동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선 기존의 경제 제재 틀 안에서 약간의 (대북) 수용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북한이 끝내 비타협적으로 나오면, 그 다음에 대응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

▲로이 =6자 회담의 과정에는 어려움이 많지만, 회담 성공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볼 나라도 북한이요, 회담 실패로 가장 나쁜 영향을 받을 나라도 북한이다. 따라서 비관적으로 전망할 이유가 없다.

6자 회담은 북핵 문제를 뛰어 넘어 북한을 국제사회에 통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단지 북한의 비핵화(非核化)뿐 아니라, 개방과 개혁을 의미해야 한다. 북한이 군사력 감축 없이 개혁할 수 있는가.

북한의 군사비가 줄지 않는 한 외국의 원조나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러시아, 중국, 베트남 다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투표 문제가 북핵 문제와 한·미 관계와 이라크 파병 등 모든 사안에 영향을 미칠 텐데….

▲스칼라피노 =한국이 보다 단합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서 북핵 문제들을 해결하고 그 진전 정도를 측정해야 할 이 특별한 시기에 이런 국내적 문제에 집중하도록 강요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로이 =노 대통령이 이번 결정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든지, 아니면 또 다른 선거를 거쳐 새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든지, 결과적으로 강력하고 단합된 한국 정부가 도출될 수 있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이번 조치에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 이라크 파병 결정 등의 상황에서 복잡해질 것이고, 12월 이후 어떤 정부가 출범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대담=金昌基 국제부장 changkim@chosun.com
/정리=李哲民기자 chul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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