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현대자본주의이론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릴 것을 촉구했다.

수출형 산업 육성과 경제의 세계화, 외자도입을 통한 경제발전론으로 요약되는 현대자본주의경제이론이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을 억제한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13일 입수된 김일성종합대학 학보(철학 경제학) '2003년 1월호'는 "현 시기 현대부르죠아 경제이론의 기만성을 폭로하는 것은 제국주의에 대한 환상을 없애며 사상문화적 침투를 막고 주체의 경제이론을 고수해 나서는 데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학보는 현대 자본주의경제학자들은 후진국의 균형성장론과 수출형 경제발전, 외자도입을 통한 경제육성, 경제의 세계화 등을 주창하고 있다면서 이는 독점자본가들의 지배와 약탈을 합리화하려는 의도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후진국은 농업, 교통운수, 채취공업, 서비스업의 발전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균형성장론은 이들 국가의 경제적 자립에 필수적인 중공업 육성을 막자는 데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자립적인 공업건설이 국내시장을 축소해 대외수지의 위기를 가져오기 때문에 수출을 목표로 하는 생산만이 경제전망을 밝게 한다는 수출형 경제발전론은 "후진국에서 한 두 가지 수출품 생산을 전문화하는 편파적 분업체계를 더욱 고착시킬 뿐"이라고 비판한 뒤 "자립적 공업건설만이 국내시장 확대와 대외수지 흑자를 가져오게 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외자도입을 통한 경제육성론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학보는 "이같은 주장은 후진국에 대한 외국 독점자본의 침투를 합리화하려는 의도"라며 "발전도상 국가들은 내부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남남협조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외자도입 없이도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 자본주의경제학자들의 경제의 세계화 주장도 '민족의 주체성과 민족성을 말살하려는 야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학보는 "경제의 세계화는 민족국가들의 국경과 주권, 경제 등 모든 시공간적 제한을 없앤다는 것"이라며 "이는 경제를 개방하고 세계적 범위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세우려는 목적 아래 조작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자본주의경제이론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은 '개혁 개방'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차단하고 노동당의 '자립적 민족경제론'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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