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아동.청소년의 입국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편입학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 교육 제도에 적응하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남과 북의 학제가 다르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지난 10일 북한이탈주민 지원민간단체협의회와 북한이탈주민후원회 공동주최로 열린 `탈북청소년 교육제도 현황및 제언' 세미나에서 한양대 정병호(문화인류학) 교수 등 탈북청소년 교육을 맡아온 참석자들은 남과 북의 학제가 달라 이들이 남한 교육기관으로의 편입학시 겪는 문제점 등을 집중 논의했다.

남한의 학제가 초등학교 6년→중학교 3년→고교 3년인데 비해 북한은 소학교(초등학교) 4년→중학교 6년제로 돼 있다.

북한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다고 해도 사실상 남한의 고교 1학년과 같은 데도 탈북청소년의 경우 중학교 6학년을 이수한 경우 고교 졸업 자격을 인정받아 대학 특례입학의 혜택이 주어진다.

고등중학교 5학년을 중퇴했을 경우 소학교 4학년+중학교 4학년으로 8년 학력을 인정받아 중학교 3학년에 편입시키도록 돼있다.

그러나 소학교를 졸업한 경우 남한의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이에따라 중학교 4년 중퇴자가 고교 1학년으로, 중학교 5년 중퇴자가 중학교 3학년으로 편입되는 모순이 왕왕 발생한다는 것.

해당 학교 교장의 교육관에 따라 혹은 편입학을 주선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입김에 따라 탈북자들의 편입 학년이 엉뚱하게 정해지는 바람에 탈북시점 학력의 근소한 차이로 중학생, 또는 대학생이 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탈북 청소년들 가운데는 북한에 거주하는 동안 학교를 다니지 못해 16세에 문맹인 경우도 있으며 탈북 후 긴 학습 공백, 경제난에 따른 북한교육의 부실 등으로 남한 청소년 보다 나이는 많으나 학력 수준은 현저히 낮은 경우가 많다.

대다수 탈북 청소년들은 자기 보다 몇살 아래인 학생들과 공부하게 돼 결국 공부 의욕을 잃어버리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검정고시를 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월 남한 입국 1년반만에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19세의 탈북청소년 김 철군은 북한에서의 최종 학력에 맞춰 편입하다 보니 17세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6학년에 입학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을 계속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의 김임태 진로 지도관은 "최근 탈북아동.청소년의 진로 방향을 조사해본 결과 90% 이상이 연령과 학력수준 등으로 편입학은 어려워 검정고시를 하겠다"고 답변했다면서 "검정 고시는 학비지원이 안돼 이들에게 또다른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교수는 "탈북청소년들이 북한에서의 학력을 인정받아 학교에 편입해도 나이와 학년간의 현격한 차이가 있고, 검정고시 등을 통해 그 차이를 좁혀 봐도 더 심각한 학력 차이와 문화 차이를 다시 극복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탈북청소년 대부분이 그같은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좌절과 실패, 탈락을 경험하는 등 어린 나이에 남한 사회와의 첫 만남부터 어긋나게 된다"며 "정부차원에서 특별학교를 설립하고 이 학교에서 초.중.고등교육 졸업 자격도 줄 수 있는 명실상부한 특성화 학교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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