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씨측 "일고의 가치 없다" 일축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미국 망명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황씨의 미국 망명설은 ‘그가 미국에 가면 망명을 선택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로 지난해부터 황씨 방미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뒤따라 다녔다. 또 이 소문은 황씨 자신이 강력하게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8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황씨 망명설이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의원에 의해 정식으로 거론됐다.

정 의원은 “황씨가 방미 중 미국으로 망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고, 미국도 황씨가 초대 북한 망명정부의 적임자이기 때문에 망명을 수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황씨문제가 북핵 6자회담에서 악재로 등장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차원에서 청와대와 통일부 등이 잘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답변에 나선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은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며, 황씨가 망명하면 여러 가지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국감 직후 기자에게 “아직 믿을 만한 근거는 없지만 내가 들은 것만도 정보기관 관계자를 비롯해 5~6차례”라고 했고, 정 장관은 “미국 내 대북 압박론자들이 얼마든지 ‘일’(황씨 망명)을 벌일 수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의 답변은 황씨의 망명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황씨의 망명은 단순한 소문이 아니며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황씨측은 이날도 강하게 부인했다. 황씨의 한 측근은 “황 선생이 ‘망명이란 국가관이 똑바로 서지 않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며, 한국을 조국으로 찾아온 내가 왜 망명하느냐’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씨측은 나아가 “증거는 없지만 이 같은 소문은 황 선생의 미국 방문을 반대하는 세력이 퍼뜨린 음모”라고까지 주장했다.

황씨측은 망명설의 진원지로 정부 쪽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황씨를 오랫동안 보호해 왔던 관계 기관에선 망명설이 미국과 황씨 주변에서 흘러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황씨 망명설은 황씨가 실제로 미국 땅을 밟은 뒤에야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편 황씨의 방미를 준비하고 있는 워싱턴 교민 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황씨의 망명 가능성을 오래 전부터 우려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황씨를 초청한 ‘디펜스포럼재단’측도 황씨가 워싱턴에서 이달 말부터 1주일 동안 머물며 미국 의회와 행정부 관계자들을 면담하는 등 일정을 보낸 뒤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ginko@chosun.com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정대철(鄭大哲.민주당) 의원은 8일 "미국 인권단체 초청으로 오는 27일 방미 예정인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을 전격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정가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통일부에 대한 통외통위 국감 질의에서 "김정일(金正日) 정권 붕괴를 목표로 정한 미국 정부가 탈북자나 해외 망명인사들을 중심으로 북한 망명정부를 세우려는 목표를 갖고 있고, 초대 망명정부 대표로 황씨를 정했으며, 황씨도 이를 수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황씨가 망명할 경우 대북관계에 악재가 될 수 있으므로 문제의 복잡성과 심각성에 대비해 블루하우스(청와대)나 국정원은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미국 인권단체인 디펜스포럼 초청으로 오는 27일 방미, 미국에서 강연 등을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세현(丁世鉉) 통일장관은 이날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 "상.하수도, 전기, 통신, 오.폐수시설 등 내부시설에 대해선 정부가 국내공단 개발에 준해 지원하고 외부시설에 대해선 관련기관에서 설치한 뒤 시설투자비를 받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개성공단의 분양가는 평당 15만원선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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