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청년용 배지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 배지는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신분의 상징이자 패션의 일부이기도 하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배지가 일률적인 옷차림에 뭔가 변화를 줄 수 있는 장식 요소이기도 하다.

1970년 김일성 배지가 처음 나왔을 때만해도 그리 인기가 높지 않았다. 그러다 배지를 만드는 만수대 창작단에서 당간부용 배지를 생산하고, 여러가지 디자인을 내 놓으면서 점차 신분의 표시로 변하게 됐다. 당기상은 원래 당간부용이지만 젊은이들이 신분과시용으로 많이 달고 다닌다. 당기상은 400~500원에 암거래될 정도로 폭발적 인기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해외동포들에게 달아주는 공화국기상의 암거래 가격이 당기상을 능가하게 됐다. 당기상이 권력의 상징이라면 공화국기상은 부의 상징으로 된 것이다. 공화국기상의 암거래 가격은 대개 700~800원이다. 권력보다 돈을 중시하는 풍조가 일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배지는 소매치기들이 노리는 주요 품목이다.

김일성 배지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직장 기업소등에서 무료로 받는다. 분실하거나 훼손돼도 고의성만 없으면 다시 받을 수 있다. 행사나 집회, 외출 때는 반드시 착용해야 하지만 논밭이나 공장등에서 일할 때는 대개 떼 놓는다. 대학중에는 유일하게 김일성종합대학에만 전용 김일성배지가 있다. 일반 청년들은 ‘청년전위상’을, 일반 주민들은 둥근 모양의 일반상을 다는데 이들은 암거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김일성 배지에 이어 김정일 배지도 나온 것으로 확인되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달지는 않는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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