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핵 위협의 수위를 높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북-미 간 불가침조약 체결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2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영변 핵시설에서 나온 8천여 개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를 완료하고 이를 통해 얻어진 플루토늄을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용도를 변경시켰다고 밝힌 데 이어 3일에는 중앙통신 보도로 영변의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을 필요한 시기에 재가동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핵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북한이 6자회담 `무용론'에 이어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와 플루토늄의 `용도 변경'을 거론함으로써 이를 통해 핵 개발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동안 `핵 억제력' 강화 방침을 천명하던 수준에서 이처럼 한 단계 진전된 핵위협을 계속하는 가운데 북한은 북-미 간 불가침조약 체결의 불가피성과 미국의 호응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논평을 통해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측이 핵문제 해결방안을 제안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조-미 사이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길은 오직 하나이며 그것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버리고 우리와의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며 국제사회로부터도 비난 받고 있다며 "미국은 세계 사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하루 빨리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우리와의 불가침조약 체결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한ㆍ미 상호 방위조약 체결 50주년과 관련한 담화에서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 포기의사를 지체없이 표명하고 북한과 쌍무적인 불가침조약을 채택하는 데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평양방송(9.30)은 핵문제를 해결하자면 미국이 빈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대북 적대정책 전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불가침조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는 단계적으로 핵개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밝혀 미국에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미국으로 하여금 불가침조약 체결에 호응해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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