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무기급 플루토늄 보유량을 계속 늘려가면서 핵탄두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일 담화를 발표, 8천여 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한 데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재처리 작업을 진행할 뜻을 밝힌 데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는 "북한은 이미 무기급 플루토늄을 일정량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이번 발표는 그 양을 늘렸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미국에 통보한 시점이 3월초이므로 7개월이 지난 현재 8천여 개의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은 이미 끝났고 연료봉을 계속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의 전경만 박사는 8천여 개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통해 얻어진 플루토늄의 양은 40∼50㎏ 정도로 핵무기 약 6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추출한 플루토늄을 핵탄두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됐는지 여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우선 기술적인 문제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크기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플루토늄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이를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탄두로 만들지 못하면 핵무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박사는 "북한이 농구공 크기의 탄두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면서 "이 정도 기술이 확보돼 있다면 이는 주변국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무기 제조 기술은 `원시 핵무기' 수준으로, 소형 탄두를 만들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서방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미국의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7월18일 중국 정부가 북-미 관계를 중재하게 된 배경의 하나로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있으며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조립하는 데 필요한 모든 부품을 보유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기술적인 측면 외에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미국과의 적대관계 청산이라는 정치외교적 성과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또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여부와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플루토늄 추출 다음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여부 또한 불확실하다.

한때 미국 정보기관들이 추정했던 것처럼 지하 핵실험 또는 고폭실험을 단행하거나 이와 관련한 계획을 선언할 수도 있고 이 과정을 생략한 채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핵탄두 제작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 어느 단계에서든 핵 프로그램을 동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북한의 핵무기 개발 여부는 앞으로의 북-미 관계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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