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송두율 사건’ 조사 결과는 그동안의 의혹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송씨는 북한 공작원에 포섭돼 북한에서 교육을 받고 노동당에 정식 입당했으며, 거액의 자금을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구체적인 대남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또 ‘장군님의 만수무강을 빈다’는 충성맹세문도 정기적으로 친필로 써 북한에 전달해 왔다고 한다. 그가 김일성을 면담하고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까지 오른 것도 이런 활동과 충성심을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조사 결과도 충격적이지만 그동안 보여 온 송씨의 태도 역시 공작원에나 걸맞은 것이어서 더욱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황장엽씨에 대해 일찌감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는가 하면, 입국 후에도 하나하나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모든 걸 잡아떼기로 일관했다.

그의 말은 ‘나는 김철수가 아니다’에서 ‘김철수는 여러 명이다’로, 다시 ‘김철수는 맞지만 노동당원은 아니다’에서 ‘노동당에 가입은 했지만 활동은 하지 않았다’로 양파 껍질 벗겨지듯 했지만 끝내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사실을 포함해 모든 게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송씨를 두둔하면서 그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수구 냉전세력’이라며 벌떼처럼 공격해대던 세력들은 이제 또 어떤 해괴한 주장을 들고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이제 송씨를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는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송씨에 대한 조사 초기에 이미 법무장관이 “(송씨가) 김철수라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겠나”라고 말해 현 정부가 사전에 송씨의 사법처리 방향을 정해놓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았다.
검찰의 송씨에 대한 조사와 조치 결정은 무엇보다 한점 의혹없이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송씨 처리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현 정부의 이념 성향까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가 스스로 국민 앞에 어떤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지가 사법처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관용의 정도는 건전한 국민의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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