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이산상봉에 참가한 남측 가족들은 24일 오전 숙소인 해금강 호텔에서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가졌다.

북측의 어머니 강지효(89)씨를 복도에 나와 맞이한 남측의 김순석(74)씨는 객실에 들자마자 "어머니 만수무강 하십시오"라며 큰절을 올렸다.

김씨가 "어머니가 돌아가신줄 알고 수십년 동안 제사를 지내왔다"고 하자 북측의 막내 동생 금량(54)씨는 "어머니는 건강하셔서 100살도 더 사실 거예요"라고 말했다.

어머니 강씨가 "네가 손자를 봐야 맘이 편할텐데..."라며 아들 김씨에게 손자가 없음을 아쉬워하자 김씨는 "남쪽에 가서 큰아들에게 꼭 장가 가라고 말할께요"라며 강씨를 달래기도 했다.

남측의 김봉인(89)씨는 남과 북의 이복형제들이 서로 자신을 모시겠다고 정겨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북측의 아들 범수(58)씨가 "북의 어머니께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눈물만 흘리시더라.역시 첫사랑은 못잊나 보다"라고 말하자 남측의 이복동생인 현수씨는 "북의 어머니가 그리웠던지 남의 어머니도 비슷한 분을 아내로 맞이하셨다"며 "그래도 아버지 모시는 것은 제 몫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두 아들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내 생각에 감정이 북받치는지 눈물만 흘렸다.

남측의 김택순(72)씨는 북의 누님과 두 여동생을 만나 "내가 3대 독자인데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크나큰 불효를 저질러 할 말이 없다"며 "이제 어머니 제삿날을 알았으니 내가 제사를 모시겠다"고 말했다.

여동생 옥선(66)씨는 "죽은줄만 알았던 오빠가 살아있으니 꿈만 같다"며 "우리가 서른이나 마흔일때만 만났어도 더 좋았을텐데..."라며 속절없는 세월을 아쉬워했다.

남측의 박부서(66)씨는 남동생 항원(62), 항벽(58)씨의 손을 꼭 잡고 "살아있으니 이렇게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으냐. 꿈에 그리던 동생들을 보게돼 감개무량하다. 열심히 살아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남측의 강성민(80)씨는 북측의 아내 차대임(71)씨를 보자마자 손을 부여잡고 "어때요. 잘 잤어요. 힘들지 않았나요"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북측 딸 원영숙(61)씨는 남측 아버지 원동현(83)씨를 만나자 "밤에 편히 쉬셨나"며 안부를 묻고 "그동안 아버지가 어떤분인가 궁금했는데 어제 상봉장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어 껴안았다"며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동현씨는 "빨리 통일이 되어 고향에 가고픈 마음인데, 나이가 있어서..."라며 기약없는 내일의 이별에 대해 아쉬워했다.

동현씨는 북의 세딸 영자(63), 영숙, 영실(58)씨와 아들 성근(55)씨가 즐겨 부르는 노래라며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를 일어서서 합창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남측 김금순(81)씨는 북측의 딸 윤정옥(63)씨와 서로 집주소를 적어 주고받았다. 정옥씨가 "우리가 죽더라도 자식들이 서로 만날 수 있게 주소라도 알아야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자 김씨는 "내가 원하는게 그거야. 결국은 만나야지. 만나야하고 말고"라며 딸의 볼을 어루만졌다.

북측의 남동생 문명욱(66)씨와 여동생 신덕(70), 명숙(63)씨를 만난 문일승(77)씨는 "남북이 왔다갔다하면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건강관리를 해왔다"면서 "이렇게 만나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동생 명욱씨는 "형을 반세기만에 만나는 이런 전설적인 얘기가 어디 있느냐"며 흥분된 목소리로 형을 맞았다.

한편 이날 개별상봉은 남북이 서로 상봉장면을 공개하는 가족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마찰이 생겨 상봉이 20여분 지연되기도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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