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주민들의 사상단속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핵문제로 북미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체제 결속력이 요구되는데다 계속되는 경제난에 지난해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로 자칫 나타날 수도 있는 주민들의 사상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제국주의자들의 대북 `압살책동'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높은 계급의식을 갖고 자본주의 사상ㆍ문화가 북한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경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8일 `높은 계급적 자각을 안고 사회주의 건설역사를 영웅적 위훈으로 빛내어 나가자' 제목의 사설에서 "오늘 우리가 겪는 시련은 그 어느 것이나 다 미 제국주의자들과 역사의 반동들 때문"이라며 "높은 계급적 자각을 안고 결사의 투쟁을 벌이지 않고서는 원수들과 싸워 이길 수 없고 자기 운명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외부의 `원조'나 `뇌물 매수작전'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나타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정책적으로도 주민들의 사상교육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각 지역에 대주민 사상교육 훈련장인 계급교양관을 잇따라 건설하는 한편 영웅대회를 개최, 사회 분위기를 일신시켜 보려는 노력 등이 그것이다.

북한은 올들어서만 개성시와 강원도 원산시, 평안남도 안주시, 황해남도 해주시에 대규모 계급교양관을 개관하고 주민들을 단체로 참관시키면서 반제의식을 높이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의 `혁명사적표식비'와 대형 모자이크 벽화를 잇달아 건립하고 있는 것도 사상과 체제강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 53년 8월과 88년 9월에 이어 세 번째로 지난 5∼6일 평양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수뇌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선군시대 영웅대회'를 개최한 사실은 그들이 느끼는 현재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은 경제난 해결을 위해 점진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자본주의 사상이나 문화가 북한 사회에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주민들의 사상단속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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