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함께하는 식사인가.

제8차 이산가족 상봉 2진 행사 환영만찬이 열린 23일 저녁 김정숙휴양소에서 머리에 서리가 내린 아들 딸들과 이마에 짙은 주름이 진 어버이들이 반세기를 넘겨 한자리에 둘러앉아 음식을 함께 나누는 감격을 누렸다.

처음 만난 북쪽 손자에게 풍성히 차려진 맛난 음식을 권하는 남쪽 할아버지의 눈길에는 '새식구'를 찾았다는 뿌듯함이 어렸고 백발 노모에게 음료수를 따라주는 북쪽 딸의 눈시울에는 애틋함이 배어났다.

91살의 노모 복정순씨를 만난 남쪽 아들 김성태(74)는 "어머니 무엇을 좋아하세요"라고 묻고는 나물과 묵 등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어 드렸다.

53년만에 북의 여동생들과 재회한 고영찬(79)씨는 만찬 내내 즐거운 표정이었다.

3대 독자로 여동생만 셋을 둔 고씨는 첫째 동생 영순(75)씨가 몸이 불편해 참석치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영원(65), 영진(56) 두 여동생에게 새우를 직접 먹여주고 등을 토닥거리기도 했다.

고씨는 "내 옷 주머니가 크다면 여동생 둘을 모두 주머니에 넣어가고 싶다. 어린 시절 함께 소꿉장난 하던 때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 철(81)씨는 단체상봉에 이어 만찬장에서 북의 여동생 은숙(66)씨를 다시 만난 반가움에 동생의 얼굴을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

은숙씨는 함박웃음을 짓고 "꿈만 같다"며 식탁에 놓인 새우반찬을 오빠의 입에 넣어주었다.

북측은 통닭구이와 편육, 떡, 전, 나물, 과일과 음료수로 정성껏 식탁을 차려 반세기만의 상봉에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백용호 북측 단장은 만찬사를 통해 "서로 얼싸안고 혈육의 정을 나눈 시간은 갈라져 살아온 그 기나긴 세월에 비하면 비록 한순간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통해 우리는 설사 정견과 이념이 다르다 해도 북과 남은 한 형제이며 얼마든지 화합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 뜨겁게 느끼게 됐다"고 말한 뒤 축배를 제의했다.

이어 양후열 남측 단장은 답사를 통해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어떠한 이유도 붙이지 않고 적십자인들은 이산가족들의 생사와 주소를 확인해주고 그 편지를 전달해주고 그리고 오늘 같은 상봉을 마지막 한사람이 만날때까지 주선해 주어야겠다"고
화답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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