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고국을 방문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2일 가족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환영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趙寅元기자 join1@chosun.com

22일 37년 만에 귀국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宋斗律·59) 독일 뮌스터대 교수는 독일에서 「친북 활동」 또는 「해외 민주화 운동」이라는 엇갈리는 평가를 받는 정치활동을 해왔다.

1944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한 송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 졸업 후 68년 독일로 건너가 72년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독일의 훔볼트대와 하이델베르크대, 스웨덴의 스톡홀름대, 미국의 롱아일랜드대 등에서 강단에 섰다. 독일에선 세계적 철학자로 유명한 하버마스 교수 등과 친분을 유지해왔다.

그의 정치 활동은 74년 독일 반유신단체인 ‘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결성, 초대 의장을 지내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91년 북한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방북, 김일성종합대에서 강의했으며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초청을 받고 방북 문상하는 등 10여 차례 방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북 행적과 관련된 핵심적인 의혹은 송 교수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인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97년 망명한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가 98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산하 연구소에서 발간한 ‘북한의 진실과 허위’라는 책에서 송 교수를 “김철수라는 가명을 쓰는 후보위원”이라고 지목한 것이 발단이 됐다.

송 교수는 명예훼손이라며 황씨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3년간 진행된 재판은 2001년 8월 “친북성향을 가진 사람은 맞더라도 ‘김철수’라고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황씨가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어정쩡한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국정원은 재판 도중 네 차례에 걸쳐 낸 답변서에서 ‘외교관계상 밝힐 수 없는 자료’, ‘북한 정보기관원의 확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공개가 곤란한 증거가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은 통일부 장관 시절인 2001년 4월 국회에서 “송 교수가 김철수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발언했으며, 이종찬(李鍾贊) 전 국정원장은 퇴임 후인 99년 9월 한 시사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측 중요한 인물이 분명한 증거를 가지고 왔다. 황씨의 주장이 맞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자신의 방북 활동과 관련, 황장엽씨와의 민사 소송 과정에서 서면답변서 등을 통해 “90년대 이후 6차례 북한을 방문해서 2~3차례 황씨를 만나 얘기를 나눴지만, 이후에는 대화 상대가 되지 않아 다른 젊은 학자들을 만났다”고 언급, 방북 사실을 시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방북의 경우 북한을 이롭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국정원이 송 교수를 조사하고 나면 이적성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송 교수는 지난 92년 공안 당국에 자수한 입북 간첩 오길남씨 사건과 관련, 독일에서 활동한 작곡가인 고 윤이상(尹伊桑)씨와 함께 오씨에게 입북을 권유한 혐의도 받고 있다. 70년 서울대를 졸업한 오씨는 독일 유학중 포섭돼 가족과 함께 입북한 뒤 대남 흑색방송 요원으로 활동하다 북한을 탈출, 지난 92년 자수했다.
/李陳錫기자 isla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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