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남북 이산가족들이 2박3일간의 상봉 일정을 마치고 헤어지려는 순간, 남측의 한 이산가족이 버스에 타고 있는 북측 가족과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정을 나누고 있다. /金剛山=사진공동취재단

22일 오전 북한 금강산 온정각 앞마당은 떠나야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들이 한데 엉켜 눈물바다를 이뤘다.

김태순씨는 반세기만에 만난 북의 오빠 룡찬씨를 태우고 가는 북측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계속 따라가다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남쪽의 오빠 수찬씨의 품에 매달리며 "엄마랑 얼마나 닮았는데. 엄마를 보는 것 같았는데"라며 오열했다.

임승주씨는 북의 어머니 박옥순씨를 부축해 온정각 계단을 내려오다 '어머니'를 부르며 대성통곡하자 어머니는 "승주 이놈, 엄마가 우는 것 보려고 왔느냐. 그러면 다시는 안온다"며 달랬다.

박씨가 몸을 돌려 버스로 향하자 승주씨는 어머니의 한복 치맛자락을 붙잡고 '어머니'라고 외쳤고 끝내 버스가 떠나자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영자씨는 버스에 올라탄 북측의 언니 성련씨에게 "언니 건강이 중요하다"고 울먹이자 성련씨는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남측의 박상염씨는 버스에 올라탄 남동생 상만씨의 손을 붙잡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 내말 알아 몰라"라고 말하며 버스가 떠나려고하자 안내요원을 붙잡고 "(동생) 손을 한번만 더 만지게 해달라"며 부탁하기도 했다.

상만씨는 조카 정상덕씨에게 "어머니를 잘 모시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에 앞서 오전 9시 작별상봉이 시작되자 남측 이산가족들은 두 차례 상봉과 삼일포 참관 때 찍은 사진을 현상해 북측의 가족에게 전해주기도 했으며 마지막 안부 인사를 건네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남측 상봉단의 최고령인 김분희 할머니는 북측의 아들 강임석씨를 보고 "아이고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 이래 볼줄 몰랐다"고 말했다.

52년만에 구순의 어머니를 만난게 '장군님 덕분'이라고 말하던 북측 아들의 눈에 눈물이 고였고 강씨는 김 할머니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납시다. 집으로 돌아가 통일을 위해 일하자"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들에게 "기특하구나. 어머니 잘 모셔다오. 어머니 건강은 너희들 노력에 달렸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남쪽의 여동생 유재남씨는 북측의 오빠 재득씨 수첩에 "오빠 안녕히 계시고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히 계세요"라는 글을 적어주자 재득씨는 "우리가 오늘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다. 마음 든든히 먹고 다시 올 때까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북측 오빠 리원구씨를 만난 원주씨는 "어제 우리가 삼일포에서 만난 장면이 남쪽TV에서 방영됐다. 고향에서 오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두 오빠 얼굴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씨는 "내 다섯살, 오빠 스무살 때 그 마음으로 꼭 보자고 약속, 약속, 약속"이라며 손도장을 찍고서는 다시 손을 부비며 "이것은 우리 약속을 복사하는거야"라고 어리광을 부리기도 했다.

닷새 전에 어머니 김옥순씨가 사망해 대신 상봉장에 나온 박광빈씨는 "통일이 되면 어머니 유해를 모시고 꼭 찾아뵙겠습니다. 삼촌, 이모 백세 넘어까지 사세요"라고 말하자 남측의 작은 아버지 김보희씨는 "광빈이가 하는 말이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북측 박옥순씨 두 아들 내외와 손자는 "시간이 별로 없다"며 행사장에서 테이블을 잠시 밀치고 어머니에게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북측 림윤호씨가 동생 명호씨에게 "오늘 헤어지는데 건강하게 잘살아라"라고 말하자 명호씨는 "헤어진다는 말을 왜 하느냐. 우리는 오늘 임시로 작별하는 것이다. 곧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된다. 형 건강하게 잘있어"라고 답했다.

북측 정경화씨의 남쪽 여동생들은 약속이나 한듯 오빠 경화씨의 손을 붙잡고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담배 끊어. 건강하게 다시 만납시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강재성씨는 남측의 부인 전숙녀씨에게 "북쪽의 아내가 적어준거야"라며 편지를 건넸고 동생들에게 북측 가족들의 사진도 전달했으며 박상만씨는 남쪽의 두 누나 상영, 상순씨에게 "언제면 우리가 모여살까 하는 생각에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며 흐느꼈다.

남측 이산가족 453명은 이날 오후 상봉일정을 마치고 동해선 임시도로를 통해 육로로 귀환하며 23일부터 25일까지는 남측 이산가족 143명이 만나기를 희망한 북쪽 가족 250여명과 금강산에서 반세기만의 상봉행사를 갖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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