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전사한 줄 알았던 형님이 살아있다니 꿈만 같습니다."
이번 제8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쪽의 형 리종만(76)씨를 만나러가는 종선(69)씨의 감회는 남다르다.

종만씨는 지난 1945년 8월 일본군의 신분으로 해방을 맞이했고 이같은 경력으로 인해 1948년 국군의 전신인 경비대에 쉽게 입대했다.

종선씨는 "당시만 해도 먹고 살기 힘든 때라서 형이 밥이나 굶지 않으려고 군대에 갔다"고 회상했다.

당시 경비대 1연대는 일명 '호(虎)부대'라 불릴 만큼 용맹스런 부대였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이 부대는 북한군이 내려오는 것을 막는 수도방위 최일선에 투입됐다.

종만씨는 부대원의 일원으로 동두천 전투에서 적과 싸우다 전사한 것으로 지금까지 기록돼 있으며 당시 1등중사나 2등상사 정도의 사병계급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종선씨는 "군인인 형 친구가 와서 '호부대' 부대원 대부분이 전멸해 (형이)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죽은 줄로만 알고 "매년 음력 9월9일로 날을 잡아 제사를 지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리종만씨를 전사자로 처리, 동작동 국립묘지 현충문의 6.25 전사자 명단에 들어있다.

또 현재까지 재가하지 않고 살고있는 종만씨의 부인은 국가유공자 유족연금을 매달 수령하고 있지만 몸이 아파서 이번 상봉행사에 남편을 만나러 가지 못한다.

죽은 줄만 알았던 종만씨가 남측 가족을 찾는다는 소식이 온 것은 지난 7차 이산가족상봉행사 때였다.

종선씨는 "형이 군인신분이었던 만큼 국군포로로 잡혀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쪽으로 가서 처음에는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형을 만나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결혼은 했는지,자손들은 얼마나 뒀는지 등을 물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금강산에는 종선씨 외에도 종부(77.남),종분(75.여),종복씨(69.남)등 나머지 동생들도 함께 간다.

형제들은 돌아가신 어머니와 형제들의 사진과 내복, 시계 등 선물을 준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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