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조우(王逸舟) 중국 사회과학원 부소장은 15일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패권주의를 우려하고 있으며 중미 관계가 중국과 다른 국가간 협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미 관계가 악화되면 한반도의 긴장이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소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북한경제 재건에 관한 한국 및 주변국의 시각과 협력 방안'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중국은 대북 경제제재, 군사력에 의한 급진적 통일, 북한 정권교체, 이라크식 해결책 등을 반대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과장됐다고 여기고 있고 북한의 도발적 행위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다른 국가의 무기확산 및 전쟁준비 행위 역시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탈북자의 급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중국과 북한 접경 지역의 안보뿐 아니라 중국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대혼란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노다리 시모니야 소장도 발제문에서 "6자 회담의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는 현 시점에서 미국의 패권주의가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를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우려했다.

시모니야 소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한편 북한이 자국의 안보를 지켜야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인정한다"며 "러시아가 북핵 문제 발생 초기에 제시한 한반도 비핵화, 핵확산금지조약(NPT) 조항 엄수, 대북 인도적.경제적 프로그램 개선, 북한 안전보장 등의 포괄적 계획이 남북한의 동의를 얻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종단 및 시베리아 횡단 철도 연결과 관련, "러시아는 북한내 철로 781㎞ 중 761㎞의 복원 공사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사업비용은 25억~30억 달러로 예상되며 금용 문제가 해결되는 즉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고 러시아 통신부가 15만TEU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의 철로를 깔아 남한 화물을 운송할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소개했다.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의 피터 헤이즈 소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반도 변화 시나리오 4가지를 제시하면서 "미국의 강경파 다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북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책은 분명히 가능한 일"이라며 "한국,미국, 중국,러시아가 상호 공조로 북한이 요구하는 에너지 및 경제 지원, 안전보장을 수용함으로써 북핵 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동북아경제연구소(ERINA)의 미무라 미츠히로(三村光弘) 연구원은 북한경제 재건에 관한 일본의 시각 소개에서 "대북 무역에 낙관적이었던 일본 업체들도 북한의 부채상환을 대북 투자 보다 우선적 과제로 여기고 있다"면서 "일북간 경제교류의 가장 큰 장애요소는 2002년 말 현재 900억엔에 달하는 북한의 부채"라고 주장했다.

북한 경제개혁의 미래와 관련, KDI의 정연호 연구위원은 발제문에서 "옛 동구권 개혁 시기에 냉전시대 옛 소련의 영향력 아래 대외환경이 개혁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과 북한의 현 대외 환경은 다르다"면서 북한의 자세 여하에 따라 북한의 최근 변화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은 북한 지도부에 정책 선택의 여유를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이러한 변화가 내부 스스로의 자각과 능력에 의해서 수행되게 하는 방향으로 한국의 대북 정책이 추진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