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응원단이 남자배구 결승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떠나며 한국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과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

"올리자. 올리자. 올리자."

한국과 일본의 남자배구 결승전이 열린 31일 대구체육관에서 한국팀 최고의 서포터스는 북측 응원단이었다.

경기 시작전 '반갑습니다' '아리랑' '고향의 봄' 등으로 분위기를 잡은 응원단은 경기가 시작되자 남측의 여느 10대 오빠부대와 마찬가지로 경기에 몰입해가며 남측의 승리를 응원했다.

무기력하게 첫 세트를 내준 뒤 두번째 세트를 따내자 북측 응원단은 모두 자리에 일어나 짝짝이를 두들기며 환호했다.

세번째 세트를 내준 뒤 네번째 세트를 앞서나가자 북측은 '올리자' 구호를 연호하면서 남측 선수들을 격려했고 '잘한다'를 외치며 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일본 선수들이 서비스 미스를 하거나 호흡이 맞지 않아 실책을 할 때면 마치 자기 일처럼 짝짝이를 두들기면서 소리를 질러댔고 이럴 때면 일본 선수들도 응원이 신경쓰이는 듯 북측 응원단을 흘낏 쳐다보기도 했다.

경기장 분위기가 북측 응원단의 하나된 응원으로 이끌려가면서 북측 응원 지휘자인 김은복씨는 남북한 전체의 응원단장이 되어 관중석을 리드했다.

김씨는 '우리는 하나다' '우리민족끼리 조국통일' 등의 구호를 남측 관중들과 함께 연호했고 파도응원을 벌이며 남측의 호응을 우도하는 손짓으로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한국과 일본의 세트 스코어가 2대2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벌어진 마지막 다섯번째 세트.

북측 응원단은 일본 선수가 서비스를 넣을 때마다 '우'하는 야유를 보냈고 남측선수들에게는 '올리자'는 구호로 승리를 기원했다.

남측이 다섯번째 세트에서 14점을 따내자 북측 응원단은 '하나만'을 외쳤고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북측 응원단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짝짝이를 두들기면서 감격스러워 하기도 했다.

이날 북측 응원단이 자리한 바로 앞의 코트에서만 3세트를 따낸 남측 선수들은 경기를 끝낸 뒤 제일 먼저 응원단 앞으로 다가와 인사를 하면서 이날의 격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같은 북측 응원단의 격려 때문이었을까. 한국 배구팀은 응원단 앞의 코트에서치러진 세트를 모두 따내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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