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폭락세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4일 가까스로 190선을 지킨 코스닥 시장을 놓고 증시의 대표적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폭락은 없다’는 단기조정론과 ‘본격적인 거품 붕괴가 시작됐다’는 거품붕괴론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거래소는 ‘지수 800초반이 매수 타이밍’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편집자

◆정태욱 현대증권 이사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이 기대 수익률을 낮춰 잡아야 하지만, 무조건 팔자 식의 패닉(panic)은 필요 없는 상황이다. 주가가 당분간 조정을 겪더라도 급격한 추가 폭락현상은 없을 듯하다. 최근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지 않는 근본 이유는, 미국 나스닥의 폭락에 따른 충격과 총선 이후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신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실제로 높은 편이 아니다. 새해 들어 설비투자가 전년대비 50%씩 늘어나며, 외환위기가 태동되었던 95년 1~2분기처럼 과잉설비와 무역적자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엔 공장가동률이 100%가 넘어, 설비확대가 무역수지 악화를 불러왔다. 하지만 현재는 늘어난 설비투자의 40~50%가 연구개발 투자로 들어가 수입 유발효과나 무역적자 유발이 적다.

◆이근모 굿모닝증권 전무

기본적으로 시장 수급 상황이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상당한 기간 조정이 필요한 장세다. 생각보다 투신권 물량이 빨리 정리가 안되고 있다. 4일에는 홍콩 주식시장이 휴장을 하여, 코스닥 시장에 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해 낙폭이 더 커진 측면도 있다.

코스닥의 4일 폭락은 미국 나스닥시장 급락의 영향이 크므로 단기간에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코스닥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이제부터는 코스닥에서 투기자금이 빠져나가며 기업들의 옥석(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다. 검증 없이 주가만 올랐던 회사들이 충분히 빠져 편안한 가격이 되어야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시중금리는 단기적으로 소폭 상승할 가능성은 있지만, 10.5% 이상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다.

◆이남우 삼성증권 상무

코스닥시장의 폭락은 기본적으로 적정 가격(fair value)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금 주가가 빠진 회사도 50% 이상은 더 빠질 것 같다. 하지만 코스닥 기업이 빠진다고 하여, 거래소 상장기업까지 함께 주가가 빠질 이유는 없다. 아마 증권거래소 주식은 현재가 올해 들어 가장 싼 값에 살 시점이 아닌가 싶다. 종합주가지수가 800 수준이면 저점 매수를 시작해야 한다. 외국인들은 아마 더 빠질수록 블루칩 위주로 매수해 들어올 것이다. 금리는 2분기 이후 다소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선거 이후 구조조정과 일부 기업이 도산하는 과정에서 다소 오르겠지만, 3분기 이후에는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다. 북한 특수(특수)도 장세를 바꿀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의 조정은 상당 기간 더 지속될 것이다. 4~5월부터는 좋은 기업들이 많이 등록되기 때문에 거품이 빠지며 코스닥 내부에서도 중심축이 옮겨갈 것이다.

/정리=조희천기자 hc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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