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쪽에서 결정적인 얘기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당초 전망이 마치 점쟁이의 예언처럼 맞아 떨어지고 있다.

6자회담이 개막된 27일 세계언론의 관심은 단연 러시아의 '입'에 집중됐다.

러시아 이타르 타스 통신은 이날 북.미 비공식 접촉 사실을 처음 보도한 데 이어 "북한 김영일 수석대표가 북.미 양자접촉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타전했다.

또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수석대표의 말을 인용, "북한이 북.미 양자접촉에서 핵 개발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보유 부인' 보도는 지난 4월 베이징 3자회담에서 리 근 북한 수석대표가 제임스 켈리 미국 수석대표에게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이전도 가능하다"고 폭탄 발언을 한 적이 있는 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다.

만약 김 수석대표가 정말 이같은 말을 했다면 '핵재처리 완료' 등 충격파를 던졌던 북한측 발언들의 진위여부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자칫 미국에게 북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협상을 어렵게 할 우려도 있기때문이다.

러시아의 입이 이처럼 6자회담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있는 것은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과 미국, 의장국격인 중국, 현안이 걸려있는 일본 등에 비해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는 데 기인한다.

여기에 대(對) 한반도 영향력이란 차원에서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러시아가 중국의 6자회담 주도를 견제하고 '대국'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뉴스 메이커'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지만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북한의 `핵무기 보유 부인' 보도는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핵을 없기를 원한다' 즉 `비핵화를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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