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6자회담 참가국들은 양자 혹은 3자 접촉을 갖고 각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회담 시작 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미·일 3국은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각 12시) 베이징(北京) 싼리툰(三里屯)의 한국대사관에서 이번 회담에서의 각국 입장을 조율했다. 한국 대표단은 이어 오후 2시30분 중국 외교부를 방문, 사전 접촉을 가졌다.

일본은 중국 및 러시아와 각각 별도의 회의를 가졌으며, 미국은 러시아 등과 비공식 회의를 열었다. 이들 접촉 과정에서 27일 각국 기조연설문의 공개 여부에 대해 주최국인 중국은 “내용은 공개하지 말자”고 했으나 한·일은 취재진을 위해 일부 공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6개국 중 마지막으로 이날 오전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북한 수석대표인 김영일 외무성 부상은 미리 나와 있던 각국 기자들에게 웃으면서 손을 들어 인사를 했으나 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 공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숙소인 북한대사관으로 향했다.

각국 대표단은 회담에 앞서 이날 저녁 7시부터 1시간30분간 왕이 중국 대표가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주최한 만찬에 참석, 상견례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영일 북한 대표는 켈리 미국 대표와 5분 정도 별도로 대화를 나눠 시선을 끌었으며 우리측 이수혁 수석대표와도 인사를 나눴다. 왕 부부장은 인사말에서 “어렵게 성사된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기회로 만들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에 참여한 6개국 대표들을 모두 합치면 112명. 미국이 가장 많은 25명이며, 다음으로 일본 23명, 러시아 21명, 한국 19명, 북한 13명 순이며, 주최국인 중국은 가장 적은 11명만 참석한다.

댜오위타이 17호관에 마련된 6자회담장 내 각국 대표단의 자리가 이날 처음 공개됐다. 입구에 중국 대표단이 앉고, 그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한국 러시아 미국 북한 일본이 차례로 앉게 된다.

각국 이름의 영어 알파벳 순서로 좌석 배치를 한 것. 북한은 ‘D’로 시작하고, 미국이 ‘U’로 시작해 각각 맨 처음과 끝이 되며, 자연 두 나라가 곁에 앉게 됐다. 중국은 처음부터 ‘미·북’이 나란히 앉는 좌석 배치를 구상하고도 미·북 양자 접촉 등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

6개국 대표단은 대표석에 수석대표와 차석대표 등 3명이 앉고 그 뒤로 15명의 대표가 두 열로 앉는다. 회담장의 한구석에 한국어·영어·일어·중국어·러시아어 등 5개국어 통역부스가 설치되고 각국의 통역들은 언어별 통역부스에서 순차통역을 한다. 대표들은 각자 이어폰을 통해 본인이 듣기를 희망하는 언어로 대표들의 연설내용을 듣게 된다.

인사말은 중국이 맨 먼저 하고 그 다음은 영어 국가명의 알파벳 순서로 북한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으로 이어지며, 기조연설은 거꾸로 미국이 맨 먼저 시작하고, 러시아 한국 일본 북한에 이어 중국이 마지막으로 하게 된다.
/북경=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
/권경복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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