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瓊元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열리게 된 것은 우선 긍정적인 발전이다. 북한은 줄곧 미·북 양자협상만을 주장해 왔다. 북한이 양자회담만을 고집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국을 배제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반도의 전략적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주권은 북한만이 독점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한국을 배제시킨 가운데 미국과 마주앉으려고 했던 것이다.

다행히 미국은 북한의 저의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본다. 끝까지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 미·북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우리 정부는 오히려 한국의 참여 없이도 미·북간 대화만 가능하다면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그것은 전술적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가능할지 모르지만 한반도의 전략적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제외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뜻에서 6자회담이 열리는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전망이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다. 북한은 6자회담에 동의한 이후에도 계속 미국의 대북정책의 변화가 우선해야만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정책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6자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은 적어도 당분간은 평행선을 갈 가능성이 많다.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워싱턴, 도쿄뿐만 아니라 베이징, 모스크바에서도 한국 정부가 자신의 위치를 미국으로부터 어디까지 멀리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추측과 정보가 혼재하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한국 정부도 미국, 일본과 공조를 유지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에 가담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6자회담이 부드럽게만 진전되지 않고 오히려 북한이 강경한 자세를 보여주면서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같은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확고한 입장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미국은 대북 압력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는데, 북한이 회담에서 보여주는 태도에 따라서는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미국의 대북한 압력을 지지하든가 반대하지 않는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대미관계를 가장 중요시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고, 중국도 경제성장과 정치·사회의 근대화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러시아도 소수민족 문제 등에서 미국과의 반테러 연합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있다.

다시 말하면 6자회담에서 4강은 한반도 이상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의해 어느 정도 결속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자칫 잘못 판단하고 오도된 ‘주체적’ 외교를 시도한다면 엄청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리라고 본다.

외교는 노름이 아니다. 국제사회는 본질적으로 무정부 상태에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교는 국가의 생존문제를 다루는 심각한 수단을 달리한 전쟁이다. 6자회담에 임하는 나라들의 동기와 전략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 사이에서 우리의 생존을 지켜나가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끝으로 우리는 6자회담이 다루어야 할 아젠다에 대해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에 대해 뚜렷한 철학과 비전이 필요하다. 6자회담은 북한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회담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통일로 가는 길밖에 없다.

물론 오늘 이 순간에는 평화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안정되고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 정부는 이와 같은 장기적인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6자회담에 참여해 주었으면 한다. /사회과학원장(전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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