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전 고문과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 무기거래상 김영완씨 등 세 사람은 오랜 인연과 돈을 고리로 얽힌 물고 물리는 ‘3각관계’를 구성하고 있다.

‘동교동 사단’의 핵심인 권 전 고문과 박 전 장관은 물론, 이 세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김씨는 대북송금 특검 수사과정에서 박 전 장관이 현대에서 받았다는 비자금 150억원을 돈세탁해준 의혹을 받았다.

김씨는 또 박 전 장관이 지난 2000년 3·4월 베이징 싱가포르 등에서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을 할 때 박 전 장관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왕복한 것으로 밝혀져 예비접촉에도 관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김씨 집에 떼강도가 들어 수십억원의 금품을 강탈해 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박종이 경감을 통해 이 사건을 비밀리에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권 전 고문과 김씨의 인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 전 고문은 1993년 국회 율곡사업 비리 청문회 때 평민당 소속 국방위원이었고, 김씨는 당시 증인이었다. 이에 앞서 권 전 고문은 91년 국정감사 때 미국 보잉사의 헬기 도입 문제를 질의하는 과정에서 당시 보잉사의 한국 내 대리인인 김씨를 처음 알았다.

DJ정부 출범 이후 김씨와 권 전 고문의 관계는 본격적으로 가까워졌고, 권 전 고문이 99년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이후 김씨를 박 전 장관에게 소개했다는 후문이다. 권 전 고문이 한때 김씨가 소유한 빌라에서 전세를 살았던 것도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권 전 고문측은 “김씨가 끈질기게 권 전 고문을 찾아 왔지만, 양자의 관계는 시종일관 껄끄러운 상태였다”고 유착 의혹을 부인했다.

이런 세 사람의 인연 때문에 권 전 고문이 현대로부터 받았다는 비자금도 김씨가 돈세탁을 해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金珉徹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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