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은 이후 북송금 특검 공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정상회담 예비접촉을 주선하는 등 북송금 과정의 전모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인데다 특검조사에서 `정부지급분 1억달러'를 처음 진술한 인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공판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필요할 경우 정회장에 대한 공소기각을 고려할 방침이다.

◆정회장 특검기소 내용 = 특검이 정회장을 기소한 혐의는 모두 세가지로 ▲재경부 장관 신고없이 외국(북한)과 자본거래(구 외국환거래법 위반) ▲통일부장관 승인없이 대북협력사업 시행(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북송금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열사에 분식회계 지시(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한 혐의다.

특검은 정회장이 이익치 전 회장과 함께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 김재수 구조본부장,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박종섭 전 현대전자 사장 등을 통해 자금 마련 및 송금 등 북송금 전반을 지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근영 전 금감위원장,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 등이 불법대출을 하게 된 경위 역시 정회장이 박지원 전장관에 현대에 대한 자금지원을 부탁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특히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대북사업을 투명하게 진행했다면 당시에는 혼란이 있고 번거롭더라도 지금처럼 뒷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온국민이 충격과 경악의 반응을 보이며 여야가 정쟁을 벌이다 특검수사에까지 이르는 일은 없지 않았겠느냐"고 아쉬움을 표했다.

◆`북송금' 정회장 역할 = 지난 98년 10월부터 고 정주영 회장과 함께 북의 백화원 초대소와 함흥 초대소 등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정몽헌 회장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북측 인사와 접촉해오다 2000년 초 재일동포 사업가 요시다 다케시를 통해 북측에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다.

북측 반응을 박지원 전 장관에게 전달한 정 회장은 2000년 3월 양측 정부 특사를 소개시켜 정상회담 예비접촉을 주선하는 한편,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함께 북측 아태평화위와 대북경협사업 협상을 진행해 그해 5월3일 7대경협사업 지원금 규모를 현금 4억5천만 달러, 현물 5천만 달러로 최종합의했다.

정회장은 특검에서 "협상과정에서 현대측이 3억5천만 달러, 정부가 1억달러를 보내기로 했으나 박지원 전장관이 1억달러 대지급을 요청해 수락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정회장은 현대상선과 현대건설, 현대전자 등에 자금마련을 지시했고 '국정원의 도움을 얻어 송금하자'는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의 제안에 따라 국정원에 송금을 의뢰했다. (계속)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