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국이 '6자회담속 양자회담'에 합의한 가운데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핵동결과 함께, 그동안 진행돼온 미국의 각종 대북 압박조치의 완화가 이뤄질 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미간 지루한 샅바싸움 끝에 모처럼 회담형식에 대한 접점을 찾은 만큼 상대방을 자극함으로써 자칫 대화의 판을 깰 수 있는 '무모한' 조치는 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미.일과 유럽연합(EU) 대표들이 지난 달 29∼3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집행이사국 비공식회의를 열어 경수로사업에 대한 최종의사 결정시 다자회담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키로 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KEDO는 처음에는 집행이사회를 열고 경수로사업의 운명을 결정하려 했으나, 다자회담 성사 여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비공식회의로 전환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말 기술적 이유로 공사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던 경수로 사업은 다자회담의 진전 상황에 따라 회생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 미국이 추진중인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방지구상(PSI)과 유엔 안보리 북핵논의 등의 움직임도 일단은 속도조절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PSI 정책을 총괄하는 존 볼턴 미 국무부 군비관리.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지난 31일 이한회견에서 "PSI는 전세계적으로 적용되는 국제적인 구상일 뿐 단순히 북한만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는 안보리 북핵 논의와 관련, "지금은 다자회담 성사 노력에 집중돼야 할 시기라는데 윤영관 외교장관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언해 다자회담 진행과정에서 안보리 논의는 당분간 배제될 것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일단 `6자회담속 양자회담'에 합의한 만큼, 평양 당국도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핵 재처리 등 추가적인 핵상황 악화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북한은 이미 중국을 통해 미국측에 `회담 기간 핵동결' 의사를 전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 그 사실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달말이나 내달초로 예상되는 첫 6자회담에서 대화의 첫 단추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북한이든 미국이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장외에서' 상대방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개연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장고 끝에 다자회담 방식을 수용한 이상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해서도 안된다"면서 "6자회담을 전후해 회담에 영향을 끼칠 특별한 악재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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