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확대 다자회담 성사 여부와 관련, 북한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수일전 주중 북한대사관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미국측 안'을 전달받은 북한은 지금까지 아무런 메시지도 내놓지 않고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현 시점에서 아직까지 어떠한 새로운 진전도 이뤄진 게 없다"고 밝혔다.

중국이 전한 미국측 안은 `예비회담' 성격의 3자회담을 먼저 갖고 이튿날 한국.일본과 함께 러시아도 참여하는 `6자회담'을 여는 방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미국측 안은 북한이 중국에게 `요청했던' 안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지난 12∼15일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북핵특사로 평양에 보냈을 때 중국은 당시까지 `북-미 양자회담후 다자회담'을 주장하는 북한을 설득, 일단 `북-미-중 3자회담'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먼저 3자회담을 갖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등 현안들을 놓고 미국이 `진지하게' 논의할 자세가 돼있는 지를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 후 한국.일본을 포함해 5자회담, 또는 6자회담을 갖든 대화의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겠다는 게 지금까지 북한의 입장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3자회담을 기본적으로 확대 다자회담을 갖기위한 `설명회' 쯤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의 입장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 "실제로 진지한 진전이 이뤄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김정일의 태도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에 강한 자신감을 보인 점, 또한 여러 정황상 북한도 비슷한 자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등을 볼 때 양측이 어떤 형태로든 회담 형식에 관해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이와관련, "이제 다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국면으로 가닥이 잡혀 있다. 북미 양국이 막판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추정해 볼 수 있는 절충안으로는 북한이 `3자 회담 하루 뒤 6자회담'을 받아들여 두 회담의 일정을 동시에 확정하되, 미국이 3자 회담에서 본안 논의까지는 아니어도 대북 체제보장이나 불가침을 구두로라도 약속하는 등 이른바 `진지한' 협의를 허용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전한 미국측 안에 다자틀속에서 북-미 양자회담이나 북한의 안보우려 사항 협의 등 북한이 원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 경우 북한이 숙고를 거쳐 머지 않은 시기에 미국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관련, 이날 일본 교도통신은 북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북-미-중 제2차 3자 회담이 오는 9월 첫째주 베이징에서 열릴 것이라고 보도, 북-미간 힘겨루기가 모종의 결실을 잉태했는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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