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중가요가 최근 3-4년 사이에 정치색과 이념성이 크게 줄어드는 등 내용과 형식에서 과거에 비해 한층 유연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장용석(33. 총괄협력팀)씨는 최근 중앙대 예술대학원에 제출한 '90년대 이후 북한 문예정책의 변화 양상 연구' 제목의 석사학위 논문에서 90년대 말부터 북한 대중가요는 김일성 일가에 대한 찬양 일변도에서 다소 벗어나 솔직한 현실 고백, 선군가요'의 강세, 순화된 노랫말 사용, '무이념성 노래' 증가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씨는 지난 90년 이후 13년 간 북한 문예잡지 '조선예술'에 발표된 680여 편의 북한 대중가요를 분석한 결과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김 주석- 김 위원장 찬양가요가 60%에 이르렀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33.3%로 떨어졌고 그 기법도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에서 '달' 등 자연물에 기대어 에둘러 말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특히 순수하게 자연이나 생활을 그린 가요는 97년부터 급격히 증가, 2000년에 전체 가요의 5.8%를 차지했고 2001년 8.3%, 2002년 9.1%로 늘어났다.

장씨는 어려운 현실을 솔직하게 표현한 노래로 99년 2월호에 발표된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를 지적하며 이러한 노래의 등장은 '사회주의 지상낙원'만을 부르짖던 과거에 비하면 놀랄 만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또 2000년대 들어 노랫말의 순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90년대 중반까지 자주 보였던 ".. 침략자 원쑤(원수)를 증오한다네" 식의 표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장씨는 말했다.

장씨는 북한 가요가 변화하는 것은 "그동안 획일적이고 경직돼 있던 주민들의 문화생활에 다양성과 오락성이 가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강력한 흐름으로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더욱 힘을 얻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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