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는 단지(항아리)가 없더라구요”
지난 98년 한국에 온 탈북자 이영훈씨는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과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시장경제 교육 방안 모색’이란 주제의 전문가 간담회에서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이 언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처음 가진 직장에서 상사가 ‘○○아파트 단지에 가서 뭘 찾아오라’고 지시해, ○○아파트를 샅샅이 뒤져도 단지(항아리)가 없어 빈손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탈북자들의 우리 사회에 적응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방안 모색과 함께,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만든 탈북자 대상 경제교과서인 ‘북한 청년 달봉씨의 시장경제 알아가기’의 내용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직장생활, 소비생활, 돈 버는 법, 자기 사업하는 법 등을 탈북자들이 알기 쉽게 소개돼 있다.

그러나 회의에서 이영훈씨가 “책 제목에 사용된 ‘달봉’은 북한에서 지주·자본가 등 부정적인 인물에게 주로 붙여진다”면서 “영남, 명철 등이 북한에서 보편적인 이름”이라고 지적해, KDI국제정책대학원측은 즉석에서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발제에 나선 부산대 사회복지학과의 이기영 교수는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선 직업선택이 중요하다”면서 “탈북자의 취업 적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2개월간 진행되는 탈북자 정착시설인 하나원 등에서의 교육과 함께 시민사회단체·종교기관의 민간단체들의 취업교육이 꾸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교육개발원의 한만길 연구위원은 “우리 탈북자들의 사회적응 방안을 논하기에 앞서 실제로 탈북자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에 관한 실태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실태분석의 기초 위에서 이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또 직업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것인지, 경제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을지에 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姜哲煥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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