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 훈련을 공개한 미군 2사단이 24일 오후 경기 연천군 벌판에서 탱크를 몰고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 蔡承雨기자rainman@chosun.com

23~24일(한국시각)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협의 3차 회의에서 그동안 한·미간에 이견을 보여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책임 등 특정임무를 한국군이 예상보다 이른 2006년까지 넘겨받기로 합의했다. 용산기지 이전과 미 2사단의 1단계(한강이북) 재배치도 2006년까지 끝내기로 한·미간에 합의가 이뤄져, 2006년까지 주한미군의 역할 및 위상, 구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핵문제가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미측이 서두르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미군 수뇌부가 신(新)국방전략에 따라 전 세계 미군 재편(再編)을 강력히 추진하는 데 따른 것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미측이 주한미군 임무이양 및 기지이전을 조기 추진하는 것은 신국방전략에 따라 주한미군 역할을 종전의 대북(對北) 억지전력 위주에서 동북아지역 분쟁 발생시 일종의 ‘기동타격대’로 신속히 투입하는 ‘지역 균형자’ 역할 위주로 바꾸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라고 분석했다.

◆ JSA경비책임 등 조기이양 =이번 합의는 우선 JSA경비책임 이양을 통해 DMZ(비무장지대) 전 지역 경계를 53년 휴전 이후 처음으로 한국군이 맡는 등 특정임무 이양을 통해 ‘한국방위의 한국화’ ‘자주국방’에 상징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JSA경비책임은 그동안 한국군 400여명(70%), 미군 200여명(30%) 등 600여명으로 구성된 유엔사 경비대대가 맡아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trip-wire)의 최전방 부대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JSA경비책임 이양은 미측의 인계철선 역할이 상징적으로 크게 약화된다는 의미로 간주돼왔다. 국방부는 한국군의 역량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으나 JSA의 정치·군사적 의미 때문에 경비책임 이양문제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자주국방 가시화 등 상징적인 의미를 감안해 미측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는 JSA경비책임을 포함한 10개 특정임무 대부분에 대해 이양 시기를 늦추려했던 우리 측이 조기 이전 및 이양을 희망해온 미측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어서, 한국군의 능력을 감안할 때 아직 시기상조임에도 미측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손을 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미측은 특히 특정임무 이양시기에 대해 “한국측과 협상할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측 회담 대표인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은 “우리 측이 2008~2011년 이양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미측의 구체적인 입장을 파악하기 전 막연하게 우리 측 초기 입장을 정리했던 것”이라며 “합동참모본부 등에서 미측 제안을 정밀 분석한 결과 우리 작전능력 등을 감안할 때 이양받아도 별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려 미측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측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10개 특정임무 중 상당수 임무에 대해 2008~2011년 이후 이양을 희망하는 것으로 미측에 통보했었다고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어 한국측의 입장이 갑자기 변한 데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차 실장은 또 “미측으로부터 특정임무를 이양받는 데 따라 새로운 무기도입 계획을 수립할 필요는 없으며 기존 중장기 전력증강 계획에 따라 전력을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부 사업을 앞당기는 데 따른 국방비 증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용산기지 및 미2사단 조기이전 =이번 회의에선 용산기지 이전 완료 시점도 처음으로 결정, 2006년12월을 목표로 한다고 양측이 발표했다. 총 30억~50억달러로 추산되는 이전비용은 한국측의 요청에 의해 기지이전이 추진되기 때문에 한국측이 전액 부담하게 된다. 국방부는 예산확보를 위해 오는 10월까지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한·미 합의서를 작성, 국회에 제출해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용산기지 이전은 90년대초 한국측의 요구에 따라 90년대 중반까지 마무리짓기로 합의했다가 이전비용 때문에 93년 전면 유보됐으며, 2001년부터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이번 한·미 합의에 따라 금년부터 서울 시내의 아리랑택시 부지 등 일부 소규모 기지들을 평택·오산으로 옮기며 기존 합의대로 한미 연합사와 유엔군사령부 등 2개 사령부와 일부 지원부대는 남게 된다. 잔류하는 부대 규모와 지역은 아직 협의 중이며, 연합사 및 유엔사는 국방부 가까운 곳에 뒀다가 행정수도 이전계획이 확정되면 국방부와 함께 이전할 예정이다.

미 2사단 재배치의 경우 지난달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협의’ 2차 회의와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합의된 2단계 이전계획에 따른 후속 세부사항이 논의됐다. 1단계는 내년부터 2006년까지 한강 이북의 미 2사단 중소기지들을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1여단본부) 등과 의정부의 캠프 레드클라우드(미 2사단사령부)·캠프 스탠리(미 2사단 항공·포병여단) 등지로 통폐합하는 것이다. JSA경비책임을 맡고 있는 캠프 보니파스는 동두천 기지로 통폐합된다. 차 실장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지 건설은 없고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의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춘천의 캠프 페이지(헬기부대) 등 한강이남으로 이전토록 돼있는 부대들은 당초 계획보다 빨리 한강 이남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1단계 과정에서도 평택·오산, 대구 등 한강 이남 지역에 2단계 이전을 위한 시설 건설 및 부지확보 등 준비작업은 계속된다.
동두천과 의정부의 주(主)기지들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는 2단계는 지난 5월 한·미 정상 회담 합의에 따라 한반도 안보상황, 정치·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키로 해 아직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환수문제 등 연합 지휘체계 문제도 양국이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2005년까지 연구키로 시한을 정한 것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회의에서도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문제는 일절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호놀룰루(하와이)=庾龍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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