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구제역(구제역·foot and mouth disease)은 사람에게는 해가 없지만 소, 돼지, 염소 등 발굽이 갈라진 동물에게는 치명적 질병이다. 일단 감염되면 고열과 함께 입, 발굽, 유방 등에서 물집이 생기며 돼지의 경우 50~60%, 소는 5~7%가 죽는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어린 가축의 폐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돼지의 경우 소보다 전염속도가 100배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97년 대만에서 발생한 돼지 구제역은 석달 만에 100만 마리가 감염되는 전염률을 보였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구제역 파동과 관련, “아직까지 돼지에서 증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구제역은 1514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발생, ‘소의 전염병’으로 기록됐다. 이후 18세기 독일에서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확인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발병해왔다. 주요 발생국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유럽 등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발병국으로 기록돼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1934년 북한 지역에서 발생한 뒤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에 66년 만에 발병한 것이다.

세계 각국은 구제역을 가장 위험한 동물질병으로 간주하고 있다. 질병이 발생한 국가에 대해서는 축산물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국가는 WTO협상 등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사람에게 무해한 가축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각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구제역이 가지는 높은 전염성과 폐사율 때문이다.

97년 구제역이 발생, 돼지 380만 마리를 도살한 대만은 아직도 구제역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만은 구제역으로 축산물 수출길이 막혀 양돈농가 2조4000억원, 수출가공공장 1조80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양돈관계 종사자 18만여명이 실직하는 등 국가적 총 손실이 41조원에 달했다. 대만 정부는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5년에 걸쳐 ‘구제역 박멸 3단계 계획’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 소들이 또 구제역에 걸려, 동아시아의 대표적 구제역 발생국이 됐다. 구제역은 직접접촉뿐 아니라 오염된 축사, 차량, 우유, 사람을 매개로 해서 전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생명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바이러스가 농장 장화에 묻어 11~14주 생존이 가능하며, 사료포대에서도 15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바이러스는 추위에도 강해 -5℃서 1년이상 생존이 가능하다. /안석배기자 sbahn@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