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또 한차례 중재에 나서 북한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4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면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하고 '공동관심사'를 논의했다.

다이빙궈 특사는 이날 김 위원장,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 등과 북한의 핵문제와 한반도 안보정세에 관해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은 지난 4월 북 핵 사태 해결을 위한 북-미-중 베이징(北京) 3자 회담을 성 사시킨 뒤 이달 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중 직전 왕이(王毅), 다이빙궈(戴秉國) 등 두 명의 외교부 부부장을 각각 미국과 러시아에 파견, 베이징 3자회담의 후속 회담 개최를 위한 조정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 3월에 첸지천(錢其琛) 당시 중국 부총리를 특사자격으로 북한에 보내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하고 다자회담을 제의했다고 알려졌다.

때문에 다이빙궈 특사의 방북활동은 한.중 정상회담 등 북 핵 문제에 대한 한반도 주변국의 입장이 대체로 '다자간 대화'로 모이고 있는 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확대 다자회담'과 '북-미 양자회담' 사이의 접점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다자대화 필요성에 대한 한-미-일의 입장을 충분히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폐연료봉 재처리 등 북한의 행동이 한반도 안정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점도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 핵 중재 활동은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욱이 중국과 러시아가 '양자회담 불가, 다자간 회담 필요'라는 미국의 입장에 직간접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도 북한의 운신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전화통화를 갖고 핵문제의 교착상태를 다자간 협의로 해결해야할 필요성을 재확인했으며, 중국도 간접적으로 이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연구교수는 "북한은 다자회담 기회를 놓치진 않을 것"이라며 "다이빙궈 특사의 방북 사실을 즉각 공개한 것도 북측의 협상의지를 읽게 해준다"고 말했다.

반기문(潘基文)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11일 YTN의 대담프로그램에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데 관련국들이 공감하고 있으며 한두달내에 회담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북한이 다자회담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이 외교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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