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추모사이트에 이대총학 명의 게재
이대총학 "우리가 올린 글 아니다" 성명서


지난 7일 서해교전에 참여한 해군장병을 ‘악마’로 비유하는 ‘이화여대 통일 총학생회’ 명의의 글이 인터넷사이트로 유포되면서 이화여대측을 당혹케 만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추모본부 회원 ‘참수리276’씨가 지난 7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해킹당하면서 시작됐다.

‘이대 통일 총학생회’라고 밝힌 해커들은 서해교전의 진상을 알리는 활동을 벌이던 ‘참수리276’씨의 홈페이지를 못쓰게 만든 대신 ‘우리 해군은 이북의 힘없는 동포들을 무참히 살해한 악마’라는 취지의 글을 띄워놓았다. 이에 화가 난 ‘참수리276’씨는 자신의 피해사실과 이들이 올린 글을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본부’ 게시판에 소개했다.

해커들이 올린 글에는 “국제법상 존재하지도 않는 북방한계선을 주장하며 북한의 무력충돌을 유발, 힘없는 동포들을 무참히 살해하고도 그대들이 나라를 지킨 영웅 대접 받기를 원하는가… 우리는 그러한 군대의 존재를 거부한다… 무작정 총질을 해대는 악마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아무리 학생회라지만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가?” “자기 가족이 서해교전에서 전사했어도 이런 글을 쓸 수 있겠느냐”며 학교측과 총학생회를 비판하는 글이 추모본부를 비롯해 이대 총학 게시판 등에 속속 올라왔다.

하지만 총학생회측은 이에 13일 성명을 내고 “그 글은 우리가 올린 게 아니며 누군가 우리 명의를 사칭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사태가 확산되자 추모본부측은 공식입장을 발표해 “그런 글을 올린 해커들이 누군지 확인할 길이 없다”며 “특정 학교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지만 이미 인터넷을 통해 소문이 다 나버린 상태였다.
/김봉기 기자 knigh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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