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영변 인근에서 수집한 대기 샘플을 지난주 실험 분석한 결과 폐(廢)연료봉 재처리의 결정적 증거인 크립톤 85 가스를 검출했으며, 이 같은 정보는 10일 백악관에 보고됐다고 미 NBC 방송과 CNN이 12일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달말 한국과 일본 당국에 북한이 8000개의 폐연료봉 중 일부를 재처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보를 전달했으나, 크립톤 85가스가 검출됐다는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크립톤 85는 핵연료를 재처리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 가스로, 자연계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핵 재처리의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통상 대기샘플을 정찰기를 통해 수집하지만, 이번에는 부시 행정부 관리들이 밝히기를 거부한 새로운 비밀 절차를 통해 수집했다고 NBC 방송은 보도했다. 북한이 8000개의 폐 핵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하면 6~12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한편 북한의 박길연 유엔 대표부 대사는 지난 8일 뉴욕에서 미국의 잭 프리처드(Pritchard) 대북교섭 담당 대사를 만나 북한은 8000개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작업을 6월말에 이미 완료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이 12일 전했다.

박 대사는 또 재처리를 통해 추출된 플루토늄을 핵 억지력 확보를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과 함께, 50MW 원자로와 200MW 원자로 건설도 재개했다고 프리처드 대사에게 말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지난 4월 중순 “8000개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작업이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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