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장관급회담에 참석중인 남북 대표단은 11일 본격적인 공동보도문안 조율작업을 벌였으나, 핵심사안에서의 이견으로 접점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측은 특히 한반도 핵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북한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요구인 확대다자회담에 나서는 한편 군사신뢰 구축을 위해 조속히 제2차 국방장관회담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북측은 군사적 공격을 배제하지 않는 미국의 대북압박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위해 남측은 미국 주도의 전쟁국면 가속행위에 가담하지 말라고 맞섰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이 한반도가 핵위기 상황이라는데는 인식을 함께 하고 있으나 진단과 해법에서는 입장이 다르다. 그러나 이런 입장차이를 어떻게 공동보도문안에 담아내느냐가 과제"라면서 "(이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담의 쟁점을 사안별로 살펴본다.


◆ 핵문제 = 남북간 의견차이가 가장 큰 분야다.

남측은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가 대북 경수로사업이 기술적인 이유로 중단되는 오는 8월말을 북핵문제 해결의 시한(時限)으로 정해 사실상 시간이 없다며, 이 시한전에 북측이 남.북.미.중.일 등이 참여하는 확대다자회담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북측은 한반도 핵위기는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을 핵무기 공격대상에 포함시키고 군사적 공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핵문제는 기본적으로 `북-미간에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전 장관급 회담과는 달리 북측의 김령성 단장은 10일 전체회의에 앞선 환담에서 북핵문제와 관련, "이번 회담이 조(北)-미간 토론하는 회담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를 두고서 의견을 교환하자"고 말해 다소간의 태도변화를 보였다.

따라서 남측 대표단은 공동보도문에 `핵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화로 푼다'는 기존 레토릭에서 벗어난 북한의 보다 진전된 입장 변화를 담아내기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 제 2차 남북국방장관회담 = 남측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 군사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남측은 작년 11월로 예정됐다가 무산된 제 2차 국방장관회담 개최에 북한이 하루속히 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 1차 국방장관회담은 지난 2000년 9월26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바 있다.

남측의 이런 주장에 북측의 반응은 싸늘하다.

북측은 2차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되면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주 목적으로 무기감축 등이 논의돼야 하는데 실제 남북관계가 그 단계까지 진전됐는 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북측은 남측이 군사적인 협의를 하자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 지도층과 군을 `주적'으로 여기는 가 하면 국방비 증액을 운운하며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는 북측의 제2차국방장관회담 참석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쟁가속화 행위 불가담 = 북측은 회담 첫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남측은) 조선반도 정세를 전쟁국면으로 끌고 들어가는 어떠한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으며 이러한 행위에 민족공조로 대처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회의에서의 북한을 겨냥한 다국적군 창설 및 합동군사훈련 결정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남측이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못박으려는 것이다.

북측의 이런 제안은 보기에 따라 한미동맹의 균열과 북핵문제에 나서는 남측의 입지를 좁히려는 노림수로 해석된다.

◆ 상호비방 방송 중지 = 북측은 또 새삼스럽게 "2003년 8월15일부터 남북 동시에 상대방을 비방하는 모든 방송을 중지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2000년 6.15 공동선언 직후 남북은 휴전선에서 대남.대북 비난방송을 중지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북측의 이런 주장의 속내는 KBS 사회교육방송 등 방송권역이 북한에 뻗치는 국내의 모든 대북 방송을 중단하라는 것이어서 이를 수용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특히 북한에서도 청취되는 국내의 라디오 방송은 대북 비난을 하지도 않는데다 정부가 이를 중단하자고 할 경우 자칫 언론자유 논란을 불러 일으킬 사안이라는 점에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북측의 이런 제안은 탈북자는 물론 북한 주민들이 라디오를 통해 남측의 발전상을 파악하고 있어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를 반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8.15 민족공동행사 및 이산가족 상봉행사 = 이 분야에 대해서는 남북의 견해차는 거의 없다.

다만 기술적인 면에서 문구조율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전평화와 통일의지를 과시하는 8.15 민족공동행사의 경우 남측은 민간행사인 만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는 없지만,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또 북측이 제안한 민속명절인 추석을 즈음한 제 8차 이산가족상봉행사의 경우 남측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대대적으로 개최하자고 북측에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남측은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이산가족 상봉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에 북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점이다.

이산가족면회소 설치도 남북이 규모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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