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현충일 일본으로 갔다. 이번엔 7월 7일 중국으로 간다. 7월 7일은 노구교(蘆溝橋)사건 기념일이다. 중국인들 모두가 치를 떠는 국치일(國恥日)이다. 소학교(小學校·초등학교) 학생들도 7월 7일이 중국인 모두가 기억해야 할 날이라는 걸 잘 안다.

1937년 7월 7일 베이징(北京) 남서쪽 펑타이취(豊臺 )에 있는, 별로 크지 않은 교량 노구교 부근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 부대 부근에서 한밤중에 몇 발의 총소리가 났다. 놀란 일본군들이 자기네 군대의 머리수를 세어보니 한 명이 모자랐다. 그 한 명은 사실 부근 숲속에서 용변을 보던 중이었다.

그러나 일본군은 중국군의 사격을 받은 것이라고 단정하고 즉각 대규모 병력을 출동시켜 부근의 중국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20만명 이상이 사망한 난징(南京)학살사건을 비롯, 숱한 중국인민들의 목숨을 빼앗아 간 중일(中日)전쟁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노무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뉴스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리플은 대부분 일본과 관련된 것들이다.

“아,아, 7월 7일….”

“주의! 7월 7일이 두 나라 공통의 국치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일본에서 망신당했지! 중국에 와서 평형(平衡)감각 찾으시오!”

“일본에서 망신당하고 이제야 온다고…그렇지만 환영한다. 중국과 한국이 협력해서 일본을 잡자!”

“일본이 아니라 마땅히 중국을 먼저 방문했어야지! 누가 친구고 누가 적인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중국 방문 준비를 하는 노 대통령의 머릿속은 북한 핵문제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중국 네티즌들의 머릿속은 7월 7일이 노구교 사건 국치일이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학교에서 받은 역사교육에서 얻은 반일(反日)감정으로 가득차 있는 중국의 젊은 네티즌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노 대통령이 미국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두 번째로 중국이 아닌 일본을 먼저 간 것이 역사를 잘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벌써 섭섭해하고도 있다. 한국의 일부 네티즌들이 반미(反美)감정으로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것처럼,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노 대통령의 방중(訪中)을 계기로 “중국이 과연 ‘韓戰(한국전쟁)’에 참전해서 북조선을 지원한 것이 옳았느냐”는 글들을 올려 중국의 어른들을 당황하게 만들고도 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만날 중국 지도자들의 생각은 중국의 젊은 네티즌들과는 다를 것이다.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를 비롯한 새로운 지도자들은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보다는 낫겠지만 아직도 한반도 정책에서는 북한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중국 국무원의 정부공작보고의 외교 부문은 조선 한국 일본 미국 등의 순서로 되어 있다.

북핵문제에 관한 한 노 대통령은 중국이 새로운 말을 해주도록 주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해결방식은 1994년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기 때문이다. 첫째 한반도의 비핵화, 둘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셋째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 등이다. 그 세 가지 원칙은 노 대통령이 북한핵문제에 관해 하고 싶은 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노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중국에 대신하게 하는 기술도 한번 구사해봄 직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 자신이 역사를 통해 맺어온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의 관계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놓을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모든 중국인들에게 분명히 보여주고 오는 일일 것이다./sj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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