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금' 특검팀은 수사 당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일시 해제, 방북을 허용하면서 북한측에 `특검수사가 남북관계 등을 충분히 고려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토록 주문한 사실이 3일 공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정 회장은 이에 따라 개성공단 착공식 등에서 북한 당국자에게 `북송금' 수사와 관련한 특검의 이런 입장을 전달,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에 소속됐던 한 관계자는 "특검 수사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되 남북관계를 훼손할 의도가 없다는 점 등을 북한측에 알려주도록 정 회장에게 부탁을 했고 이후 북한측도 납득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남북경협 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사는 수사에 불과하지 남북관계의 미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내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북송금' 핵심인사였던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미국 체류 당시 협박전화 등으로 신변 위협을 느껴 귀국하게 됐다고 특검에서 진술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9월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북송금문제를 관련해 `이상한' 얘기를 하고 다니는데 계속 그런식으로 나가면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괴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말했다는 것.

김 전 사장은 특검에서 "전화를 건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북송금의 실체 문제와 관련한 본인의 발언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으며, 미국에 있다고 안전한 게 아니라는 등 얘기를 듣고 도저히 미국에 머물 생각을 할수 없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김 전 사장이 괴전화를 받고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을 갖게 됐고 귀국을 서두른 이유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특검팀 수사관들간에는 남북관계의 미래와 `북송금' 수사 등 문제를 놓고 열띤 난상토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토론에 참여했던 수사관들은 남북 및 통일 문제에 정통한 인사들로 `북송금' 성격을 규정하는 데 나름대로 의미있는 대화 시간이 됐다는 후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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