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50주년(7.27)을 앞두고 최근 미국이 이 협정의 중요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백남순 외무상은 지난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번제 의장인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유엔대사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미국은 정전협정 제1조 10항과 제2조 13항, 제2조 15항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안보리는 "정전협정의 현 실태에 반드시 주목을 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평양방송이 29일 전했다.

1조 10항은 비무장지대(DMZ)의 민사행정과 구제사업 책임소관을 규정하고 있는데 DMZ 이남은 국제연합군(유엔군) 총사령관이, 이북은 인민군 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사령관)이 공동으로 책임진다고 적시하고 있다.

2조 13항은 작전비행기와 장갑차량, 무기 및 탄약 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2조 15항은 한반도에 대한 공중ㆍ해상봉쇄를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백 외무상은 "정전협정이 파기되면 조선반도는 다시 전쟁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전체제를 대신한 '새로운 평화보장체계' 수립을 미국에 촉구해온 북한이 갑자기 정전협정 위반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 96년 4월 4일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담화를 통해 "정전협정에 의하여 부여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유지 및 관리와 관련한 의무(제1조)를 포기한다"고 선언했었기 때문에 그 속뜻이 더욱 궁금해진다.

백 외무상은 이와 관련, "미국은 남조선 주둔 미군 무력을 재배치하기로 하였으며 그를 계기로 비무장지대에 대한 미군측의 관리책임을 남조선 군에 넘기려고 한다"면서 "이는 비무장지대를 조선인민군과 미군이 책임지고 관리할 데 대한 정전협정 1조 10항을 어기는 것으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DMZ 남쪽 지역의 관할 임무가 유엔군(주한미군)에서 국군으로 이관되는 것을 반대하며 정전협정 유지 및 대체 관련 사항은 북.미간의 문제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한강 이북에 주둔하고 있는 미 2사단의 이전에 따라 현재 미군이 전담하고 있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임무 등 미군 임무 일부를 한국군에 넘기는 논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북한 주장의 이면에는 핵 파문 이후 주한미군 전력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국 군사력 증강의 '위험성'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고 이에 따른 북한의 '핵 억제력(deterrent)' 보유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백 외무상이 서한에서 "정전협정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신뢰가 무너지게 되면 부득불 다른 억제력에 대한 수요가 제기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다"거나 "안보리는 무엇보다 악의 축과 선제공격 교리에 대한 견해를 정립하고 태도를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대목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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