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權五奎) 청와대 정책수석은 남북통일 때 체코가 시장경제를 받아 들이는 과정을 벤치마크(판단의 척도)로 삼아서 이를 북한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정책수석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월가(뉴욕 금융가)에서 열린 ‘한국 대표기업 투자 설명회’ 오찬 연설에서 한 월가 투자자의 질문에 대해 “동·서독 통일이 한국에 주는 교훈은 독일식 통일 모델을 따라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권 수석은 “서독과 동독은 (통일 당시) 한국과 북한보다 훨씬 발전해 있었으며, 한국은 북한을 지원할 만큼 충분한 돈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독일 통일은 우리의 벤치마크가 아니다”면서 “체코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우리(북한)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체코는 자신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세계은행과 IMF(국제통화기금) 등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시장경제 체제로 옮겨가기 위해 스스로 구조조정을 실천했다”고 지적했다.

권 수석은 “체코는 첫 2년 동안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고통을 겪었지만, 3년차에 성장률 0%를 기록해 3년내에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권 수석은 오찬연설후 기자의 후속 질문에 “체코 모델은 개인적 생각일 뿐, 정부의 방침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체코 공화국은 구(舊) 동유럽 공산국가들 중 가장 순조롭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전환한 나라들 중 하나로 꼽힌다.

1989년 11월 ‘벨벳 혁명’으로 불리는 무혈 시민혁명으로 밀로스 야케스 공산당 서기장이 퇴진하고, 공산체제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이행을 시작했다.

1990년 실시된 최초의 자유 총선거에서 반체제 작가 출신의 바츨라프 하벨이 대통령으로 선출돼, 사유화와 구조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체코의 민주화는 1986년 소련군의 탱크에 저항했던 ‘프라하의 봄’ 등 오랜 시민혁명의 전통에 기반했다.

체코의 시장경제화는 다른 국가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사유화 및 가격 자유화, 정부 보조금 삭감 등을 단행한 것이 특징이다.

경제력 격차로 갈등을 빚었던 연방 내 슬로바키아와는 1993년 상호 합의하에 분리 독립한 뒤, 두 국가가 모두 높은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 뉴욕=金載澔특파원 jaeho@chosun.com
/ 金旻九 기자 roadrunn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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