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16일 저녁 상도동 자택에서 황장엽(黃長燁)씨와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며 2시간여 북핵문제와 황씨의 방미.방일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 1월7일에 이어 2번째다.

거실에서 황씨를 만난 김 전 대통령은 일본에서 납북자모임을 이끌고 있는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중의원이 보낸 초청장을 건네며 "일본 의원들이 초파벌적으로 초청했다. 안전에 대해선 철저히 책임지고 교통비와 체재비도 모두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오는 25일 일본의 납치가족대표와 의원 5명이 (상도동에) 오겠다고 한다"면서 이들의 황씨 면담 희망도 아울러 전했다.

황씨는 "만나려면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국정원에 정식 요청해야 한다"고 말하고 "저는 일본에 가는 데는 물론 찬성"이라고 수락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에 가면 미국에 가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면서 "가족을 버리고 생명을 걸고 한국에 왔는데 황 선생에게 자유를 줘야지 여행을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당국이 정신 못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씨는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논의하기 전에 김정일 체제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는 게 시급하다"면서 "북한은 현재 전쟁보다 더 가혹한 상태"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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