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의 꿈은 국가대표로 뽑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메달을 따는 게 목표지만 메인스타디움에서 펼치는 화려한 개막식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올림픽이 인류의 대축제라면 그 중에도 하이라이트는 개막식이다. ‘문화올림픽’이 강조되는 최근의 개막행사는 주최국의 문화역량이 총결집될 뿐 아니라, 인종과 지역을 뛰어넘는 잔치마당이기 때문이다. ▶2000시드니 올림픽이 오늘 팡파르를 울린다. 세계인의 시선을 모을 개막식은 주최국 호주의 자연과 환경,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면서 미래와 어린이에 대한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다양한 행사를 펼칠 것이라고 한다. 이 장관을 현장에서 보기 위해 관중들이 만원을 이루고 전 세계 37억의 시청자가 TV 앞에 모여든다. 200여개국에 달하는 각국 선수들이 저마다 국기를 앞세워 입장하는 장면도 볼 만하리라. ▶그 중에도 97번째 입장할 ‘코리아’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동시 입장하는 현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서독과 동독은 1956년 멜버른 대회 때 단일팀으로 참가했지만 우리는 단일팀이 아니면서 개막식에는 함께 입장하므로 그 상징의미가 남다르다. 당시 독일팀 입장 때는 베토벤 교향곡 ‘합창’이 울려 퍼졌는데 이번에는 어떤 음악이 나올지 궁금하다. ▶비록 입장식만 함께 하는 것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남북이 이 같은 이벤트를 연출했다는 것 자체는 매우 의의있는 일이다. 정치색을 배제하기 위해 남북이 단일 유니폼을 입고 남북 공동기수를 앞세워 손에 손잡고 입장하는 것도 진일보한 스포츠외교라고 평가할 만하다. 사마란치 위원장이 ‘통일단복’ 제작비를 내겠다는 것이나 ‘한반도기’를 서울에서 제작해 간 것도 흐뭇한 일이다.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양측 입장인원을 90명씩으로 한 것이 그렇다. 개막식 참가선수는 참가국 규모에 맞춰 배정한다. 그런데도 북한 측은 지원요원까지 다 내세워 인원을 늘린 반면 남한 측은 300여명 중 90명밖에 개회식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공정하지가 않다. 어째 그런 것까지 북에 벌벌 기는 것 같아 안쓰럽다. 4년을 땀흘리고 일생의 영광인 개막축제도 참석못하는 우리 선수들도 안쓰럽게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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