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학도 정치적 목적주의 일변도에서 탈피, 점차 ‘생활영역’으로 소재와 주제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논문이 나왔다.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인 신상성 교수(신상성·57·용인대)는 최근 발표한 논문 ‘김정일 체제 이후 북한 소설의 변화―비정치적인 소설을 중심으로’를 통해 북한문학의 변화양상과 통일문학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신 교수는 북한의 대표적 문학잡지 ‘조선문학’에 80년~92년까지 실린 300여 편의 소설을 주제별로 분석, “김일성 가계의 우상화”가 약 13%를 차지한 반면 비정치적인 내용을 토대로 “이상적 인간상”을 그린 작품들이 약 18%나 된다고 분석했다.

북한문학은 60년대 ‘주체문학’이라는 유일한 문학원칙에 묶여 수령의 주체사상과 은공을 칭송하는 도구로 전락해 있었다. 70~80년대에도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산주의 인간학’에 기반한 북한체제 선전-선동의 전위로서 기능한 것이다. 권정웅의 ‘1932년’을 비롯, ‘피바다’ ‘꽃파는 처녀’ ‘한 자위대원의 운명’ 등이 그 전형이라고 할 것이다.

90년대 들어서면 이러한 북한문학이 유의할만한 전환기를 맞게 된다고 신 교수는 말했다. 가령 “임종상의 ‘쇠찌르레기’, 백남룡의 ‘생명’, 이종렬의 ‘산제비’ 등과 같이 가족문제, 남녀간 사랑문제, 현실과 행복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이다.

일정한 기간의 소설작품에 어떤 변화가 감지됐다고 해서 곧바로 북한문학 전반 혹은 지식인 사회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신 교수는 “북한문학의 주제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문학에서도 남북한 사이에 의사소통의 가능성이 생겨났다는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김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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