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반세기 만에 통일의 물꼬를 트려나…. ”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10일 시민들은 대부분 환영하며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는 수백명의 승객들이 TV에서 생방송되는‘긴급뉴스’를 시청했다. 시민들은 뉴스가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 앞으로 전개될 남북관계를 예측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날 조선일보 편집국 팩스는 각종 사회단체가 보내온 성명서를 하루종일 토해냈다. 경실련, 광복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시민단체들은 “분단 반세기 만에 7000만 민족에 더할 수 없는 희망을 준 역사적인 희소식”이라며 환영을 표했다. 그러나 총선시민연대를 비롯한 일부 사회단체들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 발표시기를 놓고 우려를 표명했다.

회사원 황현순(34)씨는 “남북교류 활성화와 이산가족 재회 등이 쉽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영호(정영호·48·자영업)씨는 “회담에 응하는 북한의 의도가 궁금하다”면서도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8년 마을주변 야산에서 북한군에 납치됐다가 돌아온 홍승순(64·경기 파주 대성동마을)씨 가족은 “주민들이 일년 열두달 불안감에 시달리는 남북 대치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북자인 조명철(전 김일성대학 교수)씨는 “북한은 최고 책임자가 말을 해야 제도와 정책이 움직이는 나라인 만큼, 김정일이 직접 나서는 이번 남북회담은 이전의 회담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남북정상회담은 민족에 희망을 주는 메시지”라며 “회담에서 남북의 군사적 대치상황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이경희 대변인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민간교류가 활성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전문가인 세종연구소 이종석 박사는 “반목과 갈등의 시대를 접고 평화와 화해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 서울대 장달중(정치학) 교수는 “예전의 남북합의서처럼 합의만 하고 실천을 하지 못하면 오히려 남북경색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선거용 발표’가 아니냐고 우려했다. 총선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지만 두달이나 남은 정상회담을 투표일 사흘 앞둔 시점에서 발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공선협은 “전 정권이 북풍을 선거전에 이용한 행태와 비교할 때 차별성과 설득력이 없다”고, 정치개혁시민연대는 “3~4일 뒤 발표해도 문제가 없는데도 정부가 전격발표한 점에 의구심이 생긴다”고 발표했다. 한국노총도 “원칙적으로 환영하지만 회담을 여당이 당리당략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 주요 통신망의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수천건 쏟아져 나왔다. “남북정상회담이 왜 하필 국회의원선거 3일 전에 터졌는지 모르겠다(KSA2900)”는 의견과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모르는 사람들(CJA802)”이라는 반박이 줄을 이었다.

/안석배기자 sbahn@chosun.com

/김수혜기자 su-kim@chosun.com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전해진 1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 TV 앞에 몰려든 시민들이 평양에서 보도된 북한 중앙방송 녹화 방송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조인원기자 iw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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