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한, 미국, 중국의 3자 회담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 안정을 위한 중대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고위 관료 출신 외교문제 전문가들이 평가했다.

국제정책포럼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회장과 아널드 캔터 선임연구원은 1일 뉴욕 타임스에 게재된 공동 기고문을 통해 베이징 3자 회담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근거로 "중국의 역할 변화"를 들었다.

이들은 "중국이 논란을 빚는 주요 국제안보 현안에 관해 뒷전에 물러나 있던 전통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수일간 석유공급까지 중단해가면서 북한에 압력을 넣은 중국이 없었다면 북한이 회담참석을 거부했으리라는 데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러한 적극 참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국이 중대한 지분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스코크로프트 회장과 캔터 선임연구원은 분석했다. 또 북한이 이 회담에서 핵보유 시인 등을 통해 중국을 당황스럽게 하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계속 압력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이들은 예상했다.

이들은 "북핵문제의 해결에는 한국, 일본과 더불어 중국의 참여가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진전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코크로프트 회장 등은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쉽게 포기하리라는 조짐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 참여를 추구하는 것이 여전히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북한의 "되돌릴 수 없고 검증 가능한" 핵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의 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은 북한의 체제보장 방안에 관해 관련국들과 협의할 태세를 갖춰야 하며 북한의 정치, 경제적 소외를 종식하기 위해 미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코크로프트 회장 등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한다면 미국도 한반도 주변 미국 군사력에 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들은 그러나 "북한이 핵활동을 계속 확대하고 특히 핵연료봉 재처리를 추진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외교적 해결 방침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코크로프트 회장은 제럴드 포드와 조지 부시 전(前) 대통령 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냈으며 캔터 선임연구원은 90년대초 국무부 차관보를 역임했다./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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