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 보여준 ‘핵 위협’은 시대 착오적이고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지난 23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북한·중국 3자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의 목표는 북핵(北核)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북한은 거꾸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핵 실험과 핵물질 수출 같은 본격적인 핵활동을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식의 위협을 늘어 놓았다고 한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랐던 주위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런 식의 협박과 공갈은 과거 북한의 협상 행태를 볼 때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북한은 협상 초반에 강수를 던져야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북한이 이렇게 ‘잘못된 버릇’에 길들여진 데는 과거 한·미 정부의 책임도 적지않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정권은 지금은 이런 식의 핵 도발이 통하던 시절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과거의 협박게임으로 회귀했지만, 세계는 더 이상 여기에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북한식 협상전략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대응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분명히 확인된 것은 한국이 아무리 선의(善意)를 갖고 북한측에 평화적 해결을 당부한다고 해도 북한은 그들의 체제 생존을 위해 핵게임을 계속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 역시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종합적인 것이어야 하며, 또 단호해야 한다.

북한이 실제 핵을 보유했거나 폐연료봉 재처리라는 위험선을 넘을 경우 예상되는 군사적 긴장 상황까지를 고려한 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하지만 이런 기대와 바람까지도 핵게임의 이용 도구로 삼는 게 북한의 핵전략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다음달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중요하다. 한·미 정상이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파국과 공존’이라는 두개의 길 중 하나를 택하도록 분명히 요구하면서 또 각각의 상황에 대비한 공동의 전략을 만드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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