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부터 2박3일간 북한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5.1절 행사를 닷새 앞두고 북측이 갑자기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를 이유로 행사 연기를 통보하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당황해하고 있다.

25일 양대 노총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전 사스를 이유로 들어 '행사를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됐으며 사스가 진정되는 대로 행사를 성대히 치르자'는 내용의 A4 용지 1장 분량의 팩스를 보내왔다.

한국노총은 이 사실을 일단 공개하지 않은 채 향후 방침을 논의하던 중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한 이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팩스가 온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언론 보도에 따라 전화가 하도 걸려와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5.1절 평양 행사는 북측 직총과 양대 노총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인 만큼 북측의 연기 제의만으로 행사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팩스가 온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도 5.1절 행사 자체를 강행하기 어렵다는 데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또다른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선 주요 조직 책임자들에게는 팩스가 온 사실을 알렸다"며 "통일부가 왜 양대 노총 행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언론이 이를 '취소'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양대 노총은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북측 통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북측이 오늘 아침에 팩스를 보내온 것은 사실이지만 더 알아봐야 한다"며 "현재 한국노총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행사를 연기하면 언제까지 연기하자는 것인지 등에 대해 알 수 없어 답답한 실정"이라며 "행사를 연기할지 취소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이 나오지 않았고 현재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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